KB증권이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흥행 실패로 야심차게 준비해온 공모리츠 상장에서 쓴 맛을 봤다.
KB증권은 리츠사업에 힘을 싣는 기조를 이어가지만 후속 공모리츠의 상장시기를 놓고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
31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KB증권은 제이알글로벌리츠에 이어 또 다른 공모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우량 유통회사의 자산을 바탕으로 하는 상장 공모리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초자산 종류와 상장시기를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KB증권이 리츠사업을 강화하는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안병래 KB증권 대체금융본부장은 제이알글로벌리츠 공모청약을 앞두고 한 매체를 통해 “리츠시장의 성장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며 “중위험·중수익 리츠 상품을 적극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 연말 조직개편에서 투자금융(IB)부문 강화를 위해 리츠사업부와 리츠금융부를 신설하면서 리츠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박정림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신규 사업인 공모리츠 등의 관련 업무는 철저한 준비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B증권은 메리츠증권과 함께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대표주관사를 맡아 상장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해외부동산을 편입한 국내 첫 상장 공모리츠일 뿐만 아니라 벨기에 연방정부가 파이낸스타워빌딩을 15년간 장기 임차해 사용하고 있어 수익성도 안정적으로 평가돼 큰 관심을 받았다.
상장 흥행을 위해 업계 최초로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금액 100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우선적으로 배당하는 ‘소액우선배정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16~17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8.4 대 1에 그쳤고 22~24일 이뤄진 일반투자자 공모청약에서는 0.2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또 다른 해외부동산 공모리츠인 마스턴프리미어1호리츠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일정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KB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상장 연기 여부를 놓고 장시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논의 끝에 상장일정을 그대로 진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KB증권은 추가 상장 공모리츠를 준비하면서 상장시기를 두고 더욱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증시가 크게 오르고 바이오주를 비롯해 성장성이 큰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배당수익을 통한 안정성이 강점인 공모리츠가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밀려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코스피시장에 입성한 바이오기업 SK바이오팜은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32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4~15일 일반청약을 실시한 바이오기업 제눌루션의 청약 경쟁률은 894.6 대 1이었다.
반면 16일 상장한 올해 '1호 상장 공모리츠' 이지스밸류리츠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6.8 대 1에 그쳤다.
상장을 앞둔 이지스레지던스리츠(2.6 대 1)와 미래에셋맵스1호리츠(9 대 1)의 청약 경쟁률도 부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상장된 롯데리츠는 63.3 대 1, NH프라임리츠는 317.6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각각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