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는 일찍부터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회사의 미래를 봤고 여러 차례 실패를 겪으면서도 결국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그 결과 다산네트웍스는 미국과 유럽시장 합산매출이 국내매출보다 많은 기업으로 성장했고 5G통신시대를 맞아 앞으로 해외사업을 더욱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5G통신시대로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각 국가들은 인터넷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 사용량을 소화하고 5G서비스 상용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망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터넷 네트워크 과부하를 직접 경험하면서 네트워크 증설과 망 고도화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실제 5G투자에 앞서 유선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남민우 대표가 20여 년 전부터 개척해온 해외 통신장비시장에서 사업을 크게 키울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다산네트웍스는 인터넷 데이터통신에 필요한 백홀, 스위치 등 각종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해 공급한다. 그 가운데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위한 광케이블장비를 주력으로 한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이미 잘 구축돼 있지만 미국과 유럽, 아시아, 중동 등 해외 많은 지역은 아직 모든 가정에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해 방송, 통신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사용하는 ‘FTTH(Fiber To The Home)’는 구축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유선 네트워크장비시장은 투자규모가 300조~400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초고속 광가입자망부문으로 영역을 좁히면 시장규모가 48조 원에 이른다.
다산네트웍스는 글로벌 초고속 광가입자망시장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자다. 2019년 미국 자회사인 ‘다산존솔루션즈’를 통해 독일 통신장비기업 ‘키마일’을 인수하면서 미국과 유럽 양쪽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키마일은 세계 31개 국가에 고객사 160여 곳을 보유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관련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인터넷 망에 관한 투자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며 “다산네트웍스는 미국 자회사인 다산존솔루션즈의 글로벌 진출은 물론 유럽 자회사인 키마일이 유럽시장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증권가에서는 다산네트웍스가 2019년 키마일 인수에 따른 일회성비용을 지출하며 영업손실을 냈던 것에서 빠르게 회복해 2020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산네트웍스는 2020년 3분기 이후 깜짝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고 2021년에는 네트워크장비 핵심시장인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시장 진출에 온힘을 쏟아왔다.
통신장비시장은 기본적으로 인터넷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수주를 받아 사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기업이 진입하기 매우 어렵다.
남 대표도 미국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차례 실패를 겪어야 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세너제이에 ‘다산USA’를 만들고 미국에 진출했지만 2년 만에 철수했다.
남 대표는 한 번 실패에서 멈추지 않았다. 다산네트웍스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정보통신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 가지를 뻗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애틀랜타에 다시 법인을 설립해 미국 중서부지방을 중심으로 소형 인터넷서비스 공급회사 20여 곳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토대를 다졌다.
그 뒤 2016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인 존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미국 통신장비시장에서 입지를 키워가기 시작했다.
남 대표는 미국 광통신장비기업 존테크놀로지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번 인수로 네트워크사업의 주력시장을 국내에서 북미로 이동하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현재 10위권인 다산네트웍스를 세계 통신장비시장 기업순위 7위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번에는 독일 통신장비기업 키마일을 인수하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의 해외시장 영토 확장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남 대표는 한국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7전8기’의 기업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196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뒤 1983년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다 1991년 모아둔 돈 2천만 원과 대출 3천만 원을 들고 창업에 도전했다.
남 대표는 1993년 다산네트웍스를 세워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 연결장치인 ‘라우터’를 개발하면서 한국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2000년 6월에는 다산네트웍스를 코스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001년 IT버블이 가라앉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2004년에는 수익성 악화로 회사 지분 대부분을 다국적기업 지멘스에 넘겨야했다.
남 대표는 이런 실패 속에서도 2008년 다산네트웍스 경영권을 다시 되찾아 오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19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리스크가 없는 사업은 없다”며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베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산네트웍스는 해외 통신장비시장의 높은 벽에 과감하게 부딪혔던 결단의 성과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