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실적으로 재연임에 힘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도 윤 회장이 무난하게 재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2분기 ‘깜짝실적’을 거두면서 재연임 도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성과로는 딱히 흠 잡을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금 추세대로라면 KB금융지주가 올해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다시 금융지주 왕좌를 탈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8년 1위를 내준지 2년 만이다.
KB금융지주는 2분기에 순이익 9818억 원을 거뒀다. 시장의 예상을 훌쩍 웃도는 깜짝실적이다.
1분기 실적을 깎아먹던 요인들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1분기보다 순이익이 35%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2분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윤 회장은 특히 그동안과 달리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 속에서도 선방하면서 위기관리 능력도 증명했다. KB금융지주는 2분기에 대손충당금을 2060억 원이나 쌓았지만 순이익 역시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윤 회장의 재연임 도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에 끝나는데 선례를 볼 때 사실상 9월 재연임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실적이 재연임 확정 전에 나오는 마지막 성적표인 셈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에서 은행과 비은행 비중을 각각 60대 40으로 들고 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목표에도 한발 더 가까워졌다.
2분기 주력 비은행 계열사인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가 모두 선방하면서 은행 의존도가 줄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업황 악화를 뚫고 상반기 기준으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을 늘렸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이자이익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비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KB금융지주의 2분기 비이자이익(순수수료이익+기타영업손익)은 1분기의 2배가 넘는 9389억 원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라고 쓰고 확고한 리딩뱅크라고 읽는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리딩뱅크의 위엄을 뚜렷하게 보여준 실적”이라며 “대손충당금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경우 푸르덴셜생명까지 추가 연결돼 이제 분기당 경상 순이익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딩뱅크의 귀환”이라며 “연체율이나 NPL(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지표의 훼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지난해부터 적립한 충당금이 7350억 원으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호재만 남아있다.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둔 만큼 앞으로 적립부담이 크지 않고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부실 사모펀드 관련 손실도 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 인수한 회사들도 하나둘 자회사로 편입된다.
특히 3분기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마무리되면 푸르덴셜생명 순이익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데 이어 염가매수차익도 반영될 수 있다.
염가매수차익은 인수하는 회사의 순자산 공정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됐을 때 발생하는 차익을 의미한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안에 2천억 원가량의 염가매수차익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지주는 위기국면에서도 공격적 전략을 전개해 성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취약했던 해외와 비은행부문을 보완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했다”며 “이번에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등은 장기적으로 이익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