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유병자·고령자층이 새로운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가입문턱과 보험료 등을 낮춘 간편가입 상품을 통해 고객유치에 힘쓰고 있다.
보험업계를 통틀어 유병자보험은 2015년 원수보험료가 2천억 원대에 그쳤는데 지난해 말 기준 2조5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해오다 2018년부터는 생명보험사들도 가세했다.
삼성생명은 7월 들어 가벼운 수술이나 단기입원을 했던 이력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들 수 있는 간편보험인 ‘S간편종합보장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보험료도 기존 상품보다 20% 이상 낮췄다.
지금까지는 가벼운 입원이나 수술을 한 사람도 별도의 기준 없이 유병자로 분류돼 보험료 부담이 컸는데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진 만큼 위험집단을 따로 분류하고 보험료를 세분화한 것이다.
신상품 출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에 현금 400%나 이에 상응하는 가전제품을 인센티브로 약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를 놓고 전영묵 사장이 유병자보험을 시작으로 장기인보험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유병자보험은 사람을 상대로 하고 가입 기간이 3년 이상이라는 점에서 장기인보험으로 분류되는데 장기인보험은 주로 손해보험사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사이 장기인보험 시장의 경쟁이 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입원·수술 등의 위험과 관련해 금전 및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속하는 질병보험은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 아닌 제3보험으로 분류되며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모두 판매할 수 있다.
상해보험과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이 제3보험으로 분류된다.
전 사장이 장기인보험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IMF 금융위기 이후 주력으로 판매했던 종신보험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은 본인 사망 뒤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죽고 난 뒤에 보장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인식이 커지면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의 변형상품으로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먼저 받아 의료비, 간병비, 생활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반보험(GI)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보험료가 여전히 높아 2030세대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의 시장에 뛰어들면서 장기인보험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간다면 제3보험시장에서 손해보험사와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보상방법이 정액보상과 실손보상으로 나뉘고 보험기간이 장기와 단기로 나뉘는 등 같은 제3보험 영역의 상품이라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성격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고객층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은 주력인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그리 크지는 않은 만큼 장기인보험시장을 주요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며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들이 새로운 고객 확보에 나선다면 결국 제3보험 시장에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