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NH농협생명의 채권 재분류를 통해 NH농협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 발행 등 직접적 자본확충은 NH농협금융지주나 NH농협생명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이 보유한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NH농협생명은 채권 재분류와 관련해 NH농협금융지주에 검토를 요청했다.
절차에 따라
NH농협금융지주가 NH농협생명의 채권 재분류 여부 및 구체적 방안 등을 결정하면 NH농협생명이 이사회를 열고 채권 재분류를 추진한다.
만기보유증권은 증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증권 소유자에 의해 만기가 확정된 채무 증권을 말한다. 매도가능증권은 매도를 위한 목적으로 매입한 채권이다.
NH농협생명은 1분기 기준 33조4천억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16조7천억 원가량의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시기,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안에 채권 재분류를 마무리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채권 재분류 이외에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은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은 재무 건전성이 다른 생명보험사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NH농협생명의 1분기 지급여력(RBC)비율은 191.63%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를 넘기고 있지만 생명보험사 평균 281.22%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1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200%가 안 되는 생명보험사는 NH농협생명을 비롯해 DB생명과 IBK연금보험, DGB생명 등이다. 최근 DGB생명이 채권재분류를 진행해 상반기 결산에서는 200%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전반적 재무 안정성 하락을 이유로 2분기에 NH농협생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 만기보유증권을 매입했을 때 금리와 현재 금리를 비교해 평가손익이 발생하는데 현재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평가이익이 기타포괄손이익으로 자기자본에 계상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 금액이 상승해 지급여력비율이 올라가게 된다.
NH농협생명의 채권 재분류가 이뤄지면 지급여력비율이 최대 350%대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채권 재분류 조정은 한 번 이뤄지면 3년 동안 변경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면서도 “저금리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채권 재분류가 자본확충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통해 NH농협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유상증자는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채권 재분류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NH농협손해보험에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하면서 국제결제은행 총자본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9월 말 신종자본증권 2천억 원을 발행했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확충을 하면 이자비용이 발생해 NH농협생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적 악화로 NH농협생명의 재무 건전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조달 금리를 떠안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NH농협생명이 2017년 발행한 2024년 만기 후순위채 1700억 원의 자본차감이 지난해부터 340억 원씩 이뤄지고 있는 만큼 후순위채 발행은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
2022년부터는 2027년 만기 3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에서 660억 원씩 자본차감도 진행된다.
후순위채의 만기가 5년 이상이면 모든 금액이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만 5년 미만이 되면 해마다 20%씩 자본인정금액에서 제외된다.
보험업황 악화, 저금리에 따른 자산운용의 한계 등으로 NH농협생명이 스스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가 녹록치 않은 점도 채권 재분류에 무게가 기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