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프로젝트 프리즘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경영인으로는 불확실한 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을 앞두고 오너 리더십 부재를 향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최고경영자(CEO)는 국내시장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언론 앞에 나설 일이 많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전임자들도 오너경영의 위기 때마다 언론에 어려움을 호소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김 사장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CEO로서 느끼는 위기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15일 프로젝트 프리즘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이재용 부회장과 오너 리더십에 관련된 내용을 장시간 발언했다.
김 사장은 이 부회장의 지시로 LED TV, 스마트 리모콘 등 제품 혁신이 일어났던 사례들을 들어 오너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 경영권 승계작업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를 받아 검찰의 기소 판단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는 불기소를 권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이어 또다른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어 삼성전자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크다. 김 사장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김 사장은 오너 리더십의 필요성을 이전부터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의 부문별 CEO 3명 중에서 오너경영과 관련한 언급을 도맡아 하는 편이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2018년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자간담회 때 “오너 부재로 의사결정에 제약이 많다”며 “대형 인수합병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발언은 좀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다.
김 사장은 올해 들어 소비자가전사업부장 자리를 이재승 부사장에게, 삼성리서치 소장 자리를 세바스찬 승 사장에게 넘겨주고 '야전사령관' 역할을 줄이고 있다. '현장'을 챙겨야 하는 사업적 부담이 적어진 만큼 이전보다 발언의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공교롭게도 김 사장 이전의 가전사업 수장들도 오너 부재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대중 앞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일이 많았다. 이들 모두 소비자 접점이 높아 언론과 친숙한 가전사업 수장을 지낸 뒤 부회장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부근 전 부회장은 CE부문장을 맡고 있던 2017년 9월 국제가전박람회(IFA) 기자간담회에서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는 선단은 상상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 총수 부재가 별 것 아니라고 하지만 배에 탄 입장에서는 정말 참담하고 두렵다”고 말했다.
윤 전 부회장은 “가정이든 사업이든 오너십이 중요한데 제 오너십은 이 부회장의 1천 분의 1도 안 된다”며 “(이 부회장의) 오너십이 오늘의 삼성을 이뤘고 앞으로도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과 모바일부문이 분리되기 전 이들을 아우르는 DMC부문장을 맡았던 최지성 전 부회장도 삼성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퇴진했을 때 삼성그룹 CEO 가운데 가장 먼저 이 회장의 복귀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전 부회장은 DMC부문장 시절인 2009년 9월 “삼성이 TV부문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건희 회장의 통찰과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삼성이 산업에 기여하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