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수소시대의 수확을 기대하게 됐다.
조 회장은 그동안 수소 관련 사업에 효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역량을 쏟았는데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통해 수소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계열사 효성첨단소재가 현대차그룹에 수소용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탄소섬유의 샘플을 보내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해 무게가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높아 고압의 수소를 저장하는 데 적합하다.
현재 국내 수소차에 탑재되는 수소용기는 대부분 도레이나 미쓰비시레이온 등 일본 소재회사들의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효성그룹은 효성첨단소재가 현대차그룹의 인증절차를 통과해 수소용기용 탄소섬유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용 수소용기를 포함한 모든 수소 저장 솔루션에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를 공급한다는 계획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탄소섬유가 수소시대를 주도할 신소재라고 본다.
그룹 차원에서 2028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해 전북 전주의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공장을 기존 2천 톤에서 2만4천 톤 규모까지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첫 단계인 2천 톤 증설은 이미 마무리해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수소시대에 대비한 조 회장의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효성그룹의 4개 주력 계열사 가운데 효성티앤씨를 제외한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3개 회사가 수소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12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해 결성된 특수목적법인 ‘하이넷’에도 참여했다.
하이넷은 한국가스공사와 현대차 등 13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2022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중공업이 하이넷에서 수소충전소 구축의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중공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700바(Bar, 압력 단위)급의 수소충전기 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충전기를 활용하면 수소차 1대의 충전에 3~5분밖에 걸리지 않아 내연기관차보다 충전이 오래 걸린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수소 자체를 생산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효성그룹은 독일 산업가스회사 린데그룹과 울산의 효성 용연공장에 액화수소공장을 함께 짓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효성 용연공장에는 효성화학의 프로판 탈수소화(PDH)설비가 있는데 이 설비는 프로판에서 수소 분자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연료용 액화수소로 활용한다.
효성그룹과 린데그룹은 2022년까지 3천억 원을 들여 1만3천 톤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액화수소 1만3천 톤은 수소차 10만 대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으로 단일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조 회장은 효성화학이 수소 생산을, 효성첨단소재가 수소 운송과 모빌리티 적용의 과정을, 효성중공업이 수소 충전인프라 구축을 맡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린데그룹과 투자협약식에서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에너지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그룹의 수소사업이 앞으로 국내 수소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시대는 다가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그린뉴딜의 세부 계획을 내놨다. 그린에너지 확대와 그린모빌리티 육성은 그린뉴딜의 3대 과제에 포함돼 있는데 수소는 그 에너지원이다.
정부는 두 과제에 2025년까지 모두 22조3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판 뉴딜에 모두 68조7천억 원이 들어가는데 수소 관련 사업에 3분의 1이 쓰이는 셈이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올해 2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차례로 내놓으며 수소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반을 마련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은 수소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투자해오고 있으며 관련 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며 “정부 정책으로 수소경제가 힘을 받는 만큼 효성도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