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인 임직원에게 배신당할 가능성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제기했다.
이는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인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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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
신동주 전 부회장은 21일 “지금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이 일본인 임원들 손에 넘어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신동빈이 경영권을 장악한 듯 보이지만 (일본인 임직원들에게) 언제든 배반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문제 삼은 일본인 임원은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대표와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두 사람이 신동빈 회장과 동맹을 맺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을 몰아낸 '경영권 쿠데타'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들이 동생에게 계속 충성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고바야시가 동생을 쫓아내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인 임원들이 신동빈 회장에 등을 돌릴 경우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단순히 오너 가족의 다툼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경영권 대결로 번질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을 부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사업기반을 다진 뒤 한국에 진출해 성장해 온 기업이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의 기형적 지배구조가 낱낱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일본에 소재지를 둔 광윤사와 롯데홀딩스가 롯데그룹의 한국계열사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롯데는 일본기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이라고 못 박으며 국적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28.1%)인 광윤사를 접수했지만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의 지지를 확보해야 승기를 굳힐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가 만약 신동빈 회장 편에 설 경우 지분대결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1대 주주인 내가 주총을 열려 해도 일본 실무진들이 외면해 주총을 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인 종업원들의 마음을 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쿠다 대표와 고바야시 CFO가 ‘신동빈파’로 있는 한 롯데홀딩스 주총을 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실세 경영진을 정조준하면서 신동빈 회장 세력 내부의 분열 가능성을 제기해 한국에서 지지세력을 확대하려는 계산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경영권이 일본인 임직원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는 한 번도 법적 절차를 거스른 적이 없고 이사직 해임 등 중요한 문제는 이사회나 주총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어떤 특정인에 의해 회사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