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 선결조건 불이행 때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밝힌 15일을 앞두고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사장.
이스타항공은 리스료와 유류비 등의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협력회사와 협의에 나섰고 국토교통부에도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요구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리스회사와 정유회사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이 17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런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1천억 원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또 제주항공과 인수합병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 대표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임금반납과 관련한 의사를 물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2개월 치 임금 반납의사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조종사노조의 조합원을 제외한 1261명 가운데 42%가 투표에 참여해 75% 가량이 찬성의사를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이번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근로자 대표에게 체불임금 가운데 휴업수당 2개월분을 반납하는 내용을 담은 동의서에 서명받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은 “현재 휴업을 실시하고 있어 직원들에게 직접 동의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부득이하게 근로자 대표단을 통해 서명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직원 개개인의 임금반납 동의를 받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임금반납과 관련해 전체 직원이 동참하면 65억 원 가량의 체불임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도 큰 틀에서는 임금반납에 동의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조종사노조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직원들의 고용유지가 전제된다면 임금반납에 동의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다만 반납된 임금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정상적으로 쓰여야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노사가 이처럼 임금반납이라는 대책까지 내놓은 배경에는 매각이 불발되면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 원을 나타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올해 3월 말부터 국내선과 국제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스타항공의 한 관계자는 “운항을 중단한 기간이 너무 길어진 상황에서 매각이 무산된다면 회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안팎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제주항공의 2대주주인 제주도는 최근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신중하게 접근해 달라며 부정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1700억 원의 인수지원 자금을 받더라도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을 해결하기에 벅차다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타항공 노사가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추가적 지원의사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최근 협상 과정에서 감정적 대립을 거듭해왔지만 결국 근본적 문제는 돈”이라면서 “제주항공의 최후통첩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가 추가적 지원의사를 보여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자구노력을 두고 결과물을 받아본 다음 판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단 이스타항공에 인수와 관련된 선결조건을 해결하라고 통보한 만큼 이스타항공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구체적 입장발표는 15일 이후에 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