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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또 삼성맨을 영입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출신을 동부대우전자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가전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1년 이후 삼성맨을 줄기차게 영입해 왔는데 그 효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 동부대우전자 부회장 선임된 최진균은?
동부대우전자는 최진균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했다고 12일 밝혔다. 최 부회장은 이달 안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최 부회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넘게 가전분야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다. 동부대우전자는 최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영입배경을 밝혔다.
최 부회장은 2006∼2009년 몇년째 적자이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흑자로 전환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프리미엄 가전 개발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를 가전분야 세계 1위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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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균 신임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최 부회장은 2008년 세계시장에 한국 전자산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최 부회장은 진주고와 중앙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 스토리지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을 지냈다. 2009년 발생한 ‘지펠’ 냉장고 폭파사고와 리콜사태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했다.
동부대우전자는 “가전분야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 CEO로 선임해 기존 백색가전사업에 대한 경영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고 신규사업을 적극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앞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역량을 집중해 수출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 부회장은 취임식에서 “앞으로 동부대우전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전자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이재형 부회장은 취임 1년3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달 초 건강상의 문제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이후 회사 경영 안정화와 성장발판 마련 등 소임을 다한 뒤 물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 김준기 회장의 계속되는 삼성맨 사랑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유난히 삼성맨을 많이 영입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 일부에서 동부그룹을 ‘애프터(after) 삼성’이라고도 부를 정도다.
동부대우전자의 전임 대표이사였던 이재형 부회장 역시 삼성물산 출신이다. 또 허기열 동부 사장과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며, 정광헌 동부LED 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이다. 곽일순 동부로봇 사장은 삼성테크윈 출신이다.
김준기 회장이 삼성맨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룹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검증된 외부인재를 수혈해 단기에 성과를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전략이 삼성맨을 대거 끌어오게 하는 배경이다. 김 회장은 인사관리와 성과관리가 철저한 삼성에서 임원까지 지낼 정도면 개인의 업무역량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삼성맨 영입은 2001년 시작됐다. 동부그룹은 2001년 동부를 경영컨설팅 기능을 갖춘 지주회사로 키우기 위해 삼성 비서실 출신의 이명환 전 부회장을 영입했다.
이후 김순환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동부화재 사장으로 영입했고 김병태, 손재권 전 삼성화재 상무를 각각 동부화재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삼성그룹 출신들을 계속 끌어들였다. 한때 동부그룹 전체 임원 가운데 삼성맨들의 비중은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등 반도체와 가전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 삼성맨 영입에 더욱 적극적이 됐다. 후발주자인 동부 입장에서 삼성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성맨 영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른 그룹보다 30~40년 늦게 창업한 동부가 짧은 시간에 현재의 거대 그룹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인재 덕분이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높은 업무강도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애초에 기업문화가 다른데 단순히 CEO 한명만 영입했다고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