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에서 국고로 지원받는 건강보험 재원의 비율이 법적으로 명시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공단의 적자폭이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재원을 지원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20% 수준을 국고에서 매해 명확하게 보조받도록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고 국회의 입법활동 지원에 힘쓰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문재인 정부의 방침대로 건강보험의 전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려면 국고지원을 받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내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2018년 기준 보장률은 63.8%로 집계됐다.
김덕수 건강보험공단 상임기획이사는 최근 출입기자단 협의회에서 “건강보험 재원의 국고지원 현안은 문제가 계속 제기됐던 부분”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은 국고지원 20%를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2020년 신년사에서 “정부지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관련 제도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108조에 따라 해마다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명시된 국고지원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건강보험법 108조는 일반회계 지원금액 기준은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규정했다.
건강증진기금 지원금액 기준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의 기준도 ‘당해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6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명시됐다.
양쪽 모두 ‘상당하는 금액’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만큼 정부에서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보다 적은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정부가 매해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한 예산을 그해 건강보험료 수입액과 비교한 비율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13.6%, 2018년 13.4%, 2019년 14%에 머무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가입자 수의 증가율 등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상 수입액을 실제보다 적게 추산해 왔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강보험법 108조 자체가 2022년 12월31일까지만 유효한 일몰법안인 점도 잠재적 불안요소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국고지원 기준을 '해당 연도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고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정부가 국고지원 기준을 너무 적게 추정해 계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안정적 국고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본격화된 2018년부터 대규모 순손실을 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연간 순손실 규모를 살펴보면 2018년 3조8953억 원, 2019년 3조6266억 원 규모에 이른다.
건강보험공단 부채도 2018년 11조3천억 원에서 2019년 13조1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향후 부채비율도 2019년 74%에서 2022년 13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당장 코로나19로 재정이 크게 악화되진 않았지만 확산 사태가 10월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덕수 이사는 “환자들의 병원 방문 횟수가 줄어 코로나19에 따른 재정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면서도 “10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시작된다면 재정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재정 안정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2021년도 건강보험료율을 2020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점도 건강보험공단 재무상황에 부담을 안길 요인으로 꼽힌다.
2021년도 건강보험료가 실제로 동결된다면 건강보험공단은 재정 악화를 피하기 힘들다. 건강보험료는 2019년 건강보험공단 전체 수입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