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국적기업에 세금을 거두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구글세 도입은 전 세계적 추세인 만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한국 글로벌 기업들에 미칠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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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에 따른 조세환경 변화와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른바 구글세로 불리는 BEPS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이 국가 간 상이한 조세체계를 활용해 조세부담을 줄이는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2012년부터 G20과 OECD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공조 프로젝트다.
G20 정상회의는 11월 ‘BEPS에 관한 OECD프로젝트’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G20 소속 회원국들은 이미 이를 앞두고 조세체계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에 자회사를 두고 특허권을 몰아준 뒤 다른 나라에 있는 현지법인이 이 기업에 로열티를 내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OECD는 이런 수법으로 각국에서 지난해 기준 법인세수 감소분이 최대 24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구글세를 도입해 시행하기로 하고 9월 다국적기업의 경영정보 및 이전 가격 관련 거래 현황이 담긴 국제거래정보 통합정보 보고서 제출을 의무사항으로 명시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의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올해 안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구글세 도입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구글이나 애플 등 다국적 IT기업들의 조세회피가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모바일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들 기업들은 국내에서 수익이 급증하고 있으나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해외법인 9532개 가운데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인 기업은 4752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출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5곳이나 된다.
구글은 서버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현행법상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모두 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경쟁 IT기업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6일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구글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등 해외 스마트폰 앱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앱의 세수 미징수로 연간 400억 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글세가 도입되면 세수확보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공조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각국 정부가 구글세 도입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도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구글처럼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세우고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세회피 행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도 각국 정부의 구글세 도입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19일 세미나 인사말에서 “전경련 차원에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영국산업연맹(CBI), 일본경단련,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BIAC) 등 국제 경제단체와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BEPS 액션플랜 실행과 관련하여 우리 기업의 국제조세 부담 증가가 최소화되도록 기업 관점에서의 문제점과 의견을 OECD와 G20에 지속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