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가 NXC의 자회사 넥슨이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투자에서 상처만 입고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꼭 그렇지 않다.
넥슨은 16일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지분 전량(15.08%)을 시간외매매방식(블록딜)으로 매각하면서 6051억 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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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주 NXC 대표. |
김 대표는 2012년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8045억 원에 매입했는데 원화를 기준으로 2천억 원 가량 투자손실을 본 셈이다.
그러나 넥슨 본사가 일본에 있고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매각대금을 엔화로 환산하면 결코 손해를 본 것만은 아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이 이번 매각으로 약 60억 엔(우리돈 약 567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평가한다”며 “엔씨소프트와 기대했던 시너지를 얻는데 실패했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투자수익은 챙긴 셈”이라고 말했다.
넥슨 주가가 이날 일본증시에서 전날보다 4% 오른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김 대표 입장에서 무형의 실익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의 갈등은 넥슨이 올해 초 엔씨소프트의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본격화됐다.
김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대를 다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 모두 국내 게임업계 1세대의 반열에 오르며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아 왔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2월 넷마블게임즈와 혈맹을 맺은 뒤 두 사람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김 대표가 이를 부담스럽게 여겼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마치 휴전상태인 것 처럼 갈등재발 우려를 안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도 고민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주 대표가 이번에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한 데는 실리주의가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영 참여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 지분을 보유하기보다 이를 처분해 생긴 자금으로 넥슨의 게임분야 투자를 늘리거나 신사업에 나서는 것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IT업계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그런 만큼 김 대표는 이번에 엔씨소프트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넥슨의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08년 넥슨을 통해 게임회사 네오플을 4천억 원대에 인수한 뒤 지난해 매출 6천억 원대 대형 게임회사로 성장시켰다.
김 대표는 최근 NXC를 통해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에 1천억 원을 투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