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보험사들은 보험업황 악화와 저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설계사의 고용보험료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특수고용직으로 확대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설계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보험은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이다. 고용보험료는 급여의 1.6%로 노동자와 사업주가 0.8%씩을 각각 부담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국회입법조사처 등의 보고서를 종합하면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설계사가 포함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만 한 해 200억 원에서 600억 원가량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험설계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보험사들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 전속설계사 수는 삼성생명 2만4122명, 한화생명 1만8764명, 교보생명 1만4209명이다.
한 대형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 수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고 고용보험 적용 기준인 설계사 소득기준 등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되면 설계사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다른 대형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고용보험료까지 부담하며 저능률 설계사를 떠안고 갈 필요가 없어진다”며 “고용안정을 추진하는 정책이 오히려 설계사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보험사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해 고용보험료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삼성생명은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2299억 원, 교보생명은 1113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삼성생명은 48.6%, 교보생명은 64% 줄었다. 한화생명은 1분기 순이익 839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261.6% 증가했지만 채권매각으로 방어한 결과다.
정부는 ‘모든 국민 고용보험제’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 장기적으로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적용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설계사, 신용카드 회원 모집인, 택배원,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고용보험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