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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재호 고려대 총장. |
“학생들이 고려대에 들어오려고 서울 대치동에서 월 1천만 원짜리 논술과외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14일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염 총장은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을 확대하는 내용의 장학금 제도 개편안을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발표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고려대의 장학금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에 전념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골고루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고려대는 이를 ‘자유ㆍ정의ㆍ진리 장학 제도’라고 이름붙였다.
기존에 지급했던 성적 우수장학금은 내년까지 유지하되 외부 장학금이나 교우회장학금 등을 제외하고는 폐지하기로 했다. 새 장학금 제도는 2016학년도부터 적용된다.
염 총장은 “장학금은 결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넓히고 장려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정말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철학이 장학제도 개편에 담겨 있다”며 “성적 우수자에게는 장학금이 아니라 명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등록금은 물론이고 특별 생활지원금 명목으로 생활비까지 지급하는 점이 새 장학제도의 특징이다.
염 총장은 “등록금만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가 필요하다”면서 “최소한 고려대 학생이 생활이 어려워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한 학기에 1천만원 정도 생활비와 항공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홍예진(고려대 역사교육과)씨는 “성적 우수자들은 다른 서울시나 지방재단에서도 성적 장학금을 이미 받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정환경에 따라 돌아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새 장학금 제도를 환영했다.
반면 심병섭(고려대 중어중문학과)씨는 “노력하는 정도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성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성적에 대해서 장학금을 줄인다면 학생들의 노력하는 정도에 대한 보상이 적어진다고 생각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더 많이 돌려 주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적이 아닌 가정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니 조금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개편안이라고 반발했다.
강민구 고려대 부총학생회장은 “장학금 분배 방식이 뿌리째 바뀌는 제도 개편을 학생들이 언론을 통해 통보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학교 측은 즉시 학생들에게 장학제도 개편안을 제대로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