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0-06-17 09: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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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6·15선언 20주년 기념행사 영상메시지를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문에서 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놓고 “명색이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다”며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으로서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쓰레기들이 저지른 반공화국 삐라 살포행위와 이를 묵인한 남조선당국의 처사는 추상적 미화분식으로 어물쩍해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남관계의 기초이며 출발점인 상호존중과 신뢰를 남측이 작심하고 건드렸다는데 근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을 놓고도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김 제1부부장은 “얼마전 청와대가 대북 삐라 살포를 백해무익한 행위라고 공식 인정하며 그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한 것도 남측 스스로 얼마나 뼈아픈 죄를 범했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런데 남조선 당국자들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정도 없고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하는 원인을 놓고 핑계만 대고 있다고 감 제1부부장은 비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번 연설을 뜯어보면 북남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죄다 그 무슨 외적 요인에 있는 듯이 밀어버리고 있다”며 “연설대로라면 북남관계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이 남조선 내부의 사정 때문이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따라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만큼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했는데 막연한 기대와 아쉬움이나 토로하는 것이 소위 ‘국가원수’가 취할 자세와 입장인가”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보다 미국과 동맹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며 불만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훌륭했던 북남합의가 한걸음도 이행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 때문”이라며 “전쟁놀이를 하라고 하면 전쟁놀이를 하고 첨단무기를 사가라고 하면 허둥지둥 천문학적 혈세를 섬겨바칠 때 저들의 미련한 행동이 북남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모를리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남합의보다 ‘동맹’이 우선이고 동맹의 힘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맹신이 남조선을 지속적 굴종과 파렴치한 배신의 길로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