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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기약 없는 마사회, 적자는 감당해도 말산업 무너질까 한숨만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2020-06-16 16: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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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장기 휴장을 이어가 올해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자체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사회는 장기휴장에 따라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국내 말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며 제한적 관중만으로 경마 재개를 바라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경마 재개시점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경마 기약 없는 마사회, 적자는 감당해도 말산업 무너질까 한숨만
▲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16일 마사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마사회는 올해 매출이 4조 원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마사회가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마사회가 거둬들인 매출은 7조3937억 원, 영업이익은 1204억 원에 이른다. 2014년 이후 마사회는 해마다 7조5천억 원 안팎의 매출을 거둬왔다. 

하지만 마사회는 올해 코로나19로 사상 최대의 매출 하락을 보일 뿐만 아니라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자체적 전망을 내놓았다.

마사회가 1949년 설립된 뒤 한국전쟁과 같이 경마가 불안정하게 개최되던 때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적자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사회가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경마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1500억 원 정도인데 경마 휴장기간이 16주가 넘어가며 예상 매출 손실액만 2조4천억 원에 이른다. 

경기가 재개되더라도 고객 밀집도가 높은 장외발매소는 문을 열 수가 없으며 경기장 안에서 거리두기를 위해 기존보다 관중을 더 적게 받을 수밖에 없어 마사회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이 급감하며 마사회가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 또한 5천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사회의 매출 가운데 16%가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된다. 마사회가 2019년 세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레저세 7357억 원 지방교육세 2943억 원, 농어촌특별세 1471억 원 등 모두 1조1771억 원에 이른다. 

장기휴장이 이어지자 마사회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경기를 재개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 말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경마에서 발생하는 200억 원가량의 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조교사, 기수, 말관리사 등 말산업 관계자들은 1100여 명 정도다. 

조교사들은 경기가 없더라도 계약에 따라 마주에게 위탁받은 말을 관리해야하고 이를 위해 고용한 말관리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박대흥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 협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그동안 경마상금 약 200억 원과 마주들의 위탁관리비를 받아 말관리사들의 월급을 지금해왔지만 전체 수입의 70%에 이르는 경마상금이 사라져 빚을 내서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조교사들도 경마를 통해 받는 상금이 수입의 90%에 이르지만 4개월 동안 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수입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경마장 조교사협회가 마주들에 위탁받은 말은 모두 1420마리 정도이며 500여 명의 말관리사들이 고용돼있다. 

마사회는 말산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3월 긴급 생계자금 200억 원을 마련해 무이자로 지원하기도 했지만 휴장이 장기화하며 이미 지원한 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경마 장기휴장으로 말 생산농가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5월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국내산 경주마 경매에서 2세 경주마 136마리 가운데 28마리가 낙찰되며 낙찰률 20.5%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5월 진행된 경매의 낙찰률 31.9%보다 11.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말산업계는 경마 장기휴장으로 마주들의 투자 수요가 위축돼 경주마 낙찰률이 하락했다고 바라본다.

박 협회장은 "경마가 중단되면 기수와 조교사 등도 어렵지만 말을 키워내는 농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며 "말들은 적절한 시기에 경마에 투입되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사실상 말들을 쓸 곳이 없어져 말을 키워낸 농가와 말을 사간 마주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기존 입장 정원의 5% 수준의 관중만 입장을 허용해 경기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재확산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회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현재 장외발매소에 더해 온라인 마권 발매도 추가로 허용해 말산업에 닥친 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국제경마연맹에 회원으로 속해있는 세계 60여개 나라 가운데 종교적 문제로 베팅을 금지한 몇 나라를 제외하면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말레이시아뿐이다. 

마사회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2월23일부터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휴장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마사회는 11차례에 걸쳐 휴장기간을 연장해 18일까지 멈춘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 확산상황에 따라 다시 재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장기휴장으로 국내 말산업이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다시 확산하고 있어 경마 재개시점을 확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침에 따라 경마 재개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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