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바로 맞이하지 못 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인수조건과 관련한 재협상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요청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길어지는 협상 과정을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9일 항공업계와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화물운송 공급이 줄고 항공 화물운송 운임이 오르면서 2분기에 예상 밖의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글로벌 화물정보업체 WorldACD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 항공화물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1.7% 감소했지만 항공화물 단위당 운임(일드·Yield)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으로 세계 항공화물 단위당 운임은 2019년보다 99% 인상됐고 올해 3월보다 63% 높아졌다.
이처럼 화물운임이 올라간 것은 여객기 운항 축소에 따라 여객기로 수송되는 화물의 양이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전염병 예방과 관련된 원재료의 전 세계적 수요가 증가한 점도 운임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맞춰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운송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운항 감소로 증가한 국제 항공화물 초과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여객기의 화물칸(밸리 카고)을 활용한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토교통부가 여객기 안의 빈 좌석에도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이를 활용한 운송전략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최근 여객기 화물칸(밸리카고)을 이용한 화물운송 뿐만 아니라 여객기 선반(오버헤드 빈)을 활용한 화물운송을 진행했다”며 “앞으로 여객기의 빈 좌석을 활용하고 전세기 운항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항공화물 집중전략으로 2분기에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2분기 매출 1조2170억 원, 영업이익 172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하반기에 여객 수요가 회복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화물운송부문의 활약으로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자본잠식률이 81.2%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이 약 18%였던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차입금의 질도 떨어져 있다.
단기차입금이 2019년 말 9132억 원에서 2020년 1분기 1조7364억 원으로 8천억 원 이상 늘어난 반면 장기차입금은 2019년 말 511억 원에서 503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57.84%에서 65.36%로 7%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또한 자본총계도 2019년 말 기준으로 9082억 원에 이르렀으나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로 1분기에 2102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증권업계의 예상대로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을 낸다면 자본잠식 속도는 다소 늦춰질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항공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지금은 화물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계속적 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2분기 영업실적 전망처럼 흑자가 예상되지만 지금이 정점일 가능성이 높아 이같은 흐름을 지속할 수 있을지 관련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6200%를 넘고 있는 만큼 자본잠식에 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에 화물부문의 성공만으로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