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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오른쪽) |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향후 PC와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를 장악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구글은 크롬북을 통해 MS가 장악하고 있는 PC 운영체제에 도전하고 있고, MS는 개방형 멀티플랫폼을 무기삼아 구글의 아성인 모바일 기기 운영체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향후 운영체제는 PC와 모바일에서 모두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두 IT 거물기업들의 싸움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된다.
◆ 구글은 ‘크롬북’, MS는 ‘멀티플랫폼’
구글이 자체적 운영체제를 탑재한 노트북 형태인 ‘크롬북’을 내놓고 본격 시장공략에 들어갔다. 구글은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크롬북 20여 종을 공개했다.
이 크롬북에 저전력 인텔칩이 탑재됐다. 인텔은 그동안 MS의 PC 중심으로 칩을 공급해 왔는데,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에 크룸북에도 칩을 공급했다. 이번에 공급된 인텔 칩 가격이 저렴한데다 운영체제도 무료이기 때문에 크롬북 가격은 30만 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크롬북은 구글의 ‘크롬OS’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PC를 말한다.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 정보나 자료가 내부 저장장치가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내부 저장보다 성능이 훨씬 빨라지는 장점이 있다.
이에 맞서 MS는 기존 PC시장의 위상을 모바일 쪽으로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 이용자들이 MS를 등지고 구글이 내놓은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MS는 지난달 2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윈도 OS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2%에 머문 윈도폰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는 78.4%로 스마트폰 운영체제 1위를 차지했다.
MS는 ‘MS오피스’를 주축으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멀티플랫폼’ 운영체제를 퍼뜨리는 게 목표다. MS는 지난달 초 아이패드용 ‘MS오피스 모바일’을 출시했다. 그동안 모바일용 운영체제를 무료로 풀어왔지만, 아이패드용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서비스는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1200만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크롬북에 대응하기 위해 MS는 태블릿PC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MS는 제조사에 운영체제 윈도8.1을 기존보다 70%나 싼 가격에 내놓았다. 로스 루빈 레티클리서치 연구원은 “구글 크롬북에 대응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지만 결국 태블릿PC 시장을 내다본 파격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다만 MS오피스는 운영체제가 아직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고성능 다기능 위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존 MS오피스 프로그램이 모바일에서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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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크롬북 |
◆ PC와 모바일의 무너지는 경계, 운영체제 장악이 강자의 열쇠
IT시장에 제품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동안 구글은 모바일에서, MS는 PC에서 나름대로 각자 영역을 구축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PC 시장이 축소되면서 IT기업들이 직접 맞붙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 PC시장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10%나 감소했다. 올해 역시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대체하며 전망이 좋지 않다. 이에 비해 태블릿PC 시장은 2017년까지 평균 16%씩 성장할 전망이다.
구글은 무너지는 PC시장을 크롬북으로 재편성하려고 한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컴퓨터는 아직도 너무 투박하다”며 개선할 여지가 많음을 강조했다. IT업계가 PC산업의 몰락을 점치지만 오히려 컴퓨터시장은 얼마든지 다른 기기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PC를 대체할 크롬북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에 구글 운영체제를 함께 심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2019년까지 크롬북 11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크롬북은 210만 대가 팔려 미국 노트북 판매의 21%를 차지했다.
구글의 크롬북 제품 매니지먼트 담당 부사장인 시저 센굽타는 “크롬북은 여태까지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6주마다 OS가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나날이 기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MS는 최근 어떤 운영체제나 어떤 기기에서도 MS오피스를 쓸 수 있도록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MS는 구글에도 굽히고 들어갔다. 지난달 구글 크롬용 운영체제인 ‘MS오피스 앱’을 공개한 것이다. 이는 ‘MS오피스’의 멀티플랫폼 서비스를 퍼뜨리기 위해서다. 경쟁기업을 막론하고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MS오피스를 자유롭게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이라는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나델라 CEO는 지난달 “MS오피스를 모든 기기에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PC소프트웨어의 아성이 무너진 MS는 하드웨어도 직접 만들기에 나섰다. MS는 오는 20일 윈도를 탑재한 자사 태블릿 PC '서피스' 미니를 내놓는다. 이로써 일부 PC 협력업체들과 점점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MS의 태블릿PC 시장 진출은 소프트웨어기업이었던 MS가 협력업체들과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