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을 돌파할 수 있을까?
안전성 논란은 대웅제약과 보툴리눔톡신 제품 균주를 둘러싼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5일 바이오·제약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생화학무기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생화학무기법은 보툴리눔 독소 등의 생물작용제 또는 독소를 제조할 때 제조 목적과 제조량 등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고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신고의무가 있다.
생화학무기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의견은 메디톡스가 보툴리눔톡신 제품 제조에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는 등 메디톡신주의 원액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고 허가된 내용과 다르게 제조한 것이 약사법 위반 외에 생화학무기법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보툴리눔톡신 균주의 출처를 놓고 대웅제약과 싸움을 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며 대웅제약과 그의 미국 유통파트너 회사인 ‘에볼루스’를 국제무역위원회에 2019년 1월에 제소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미국의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 수입제한조치를 취하는 기관이다.
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예비판결일을 6월5일에서 7월6일로, 최종 판결일을 올해 10월6일에서 11월6일로 미뤘다.
이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국내 불법행위와 관련한 증거자료 제출로 국제무역위원회가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제무역위원회가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메디톡스가 맹독성 물질인 보툴리눔 독소 관리에 소홀한 점 등을 고려해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성인 1명의 치사량이 1㎍(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해 1g으로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그만큼 취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보툴리눔 독소는 세계 187개 국가가 가입한 ‘생물무기 금지협약’에 따라 생물·화학무기 제조에 전용이 가능한 물질 가운데 하나로 지정됐으며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보툴리눔 독소를 위험물 최고 등급인 A등급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4일부터 보툴리눔 균주 등록과 관련해 기존의 신고제가 허가제로 변경되는 등 정부의 보툴리눔톡신 관리가 강화됐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 메디톡신주 50단위, 100단위, 150단위에 대해 잠정 제조중지 및 판매중단 조치를 내렸다. 메디톡스가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하고 허위정보를 기재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을 놓고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에 법원이 식약처의 조치에 제동을 걸어 이 제품의 판매는 재개됐다. 법원은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행정처분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약처는 4일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논란이 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향한 품목허가 취소를 앞두고 비공개로 2차 청문회를 진행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관련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메디톡스가 이노톡스 등 다른 보툴리눔톡신 제품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