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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고비를 넘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를 세우고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곧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 7조3천억 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대폭 추락하기 전인 2014년 2분기 수준으로 영업이익을 되돌렸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퍼즐 하나를 풀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3분기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에 ‘이재용 색깔’을 입히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 부회장이 올해 연말에 실시할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이번 7조 원대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의 주주 이익환원에 대한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이 부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 이재용 경영권 승계 탄력
삼성전자가 3분기 7조3천억 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내놓으면서 지난해 2분기 7조1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뒤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7조 원대의 고지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삼성전자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회복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대관식을 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삼성전자의 실적을 개선해 왔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4년 4분기 5조29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조9천억 원, 2분기 6조9천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7조 원을 넘긴 데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비용절감의 효과를 크게 봤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스마트폰사업 등 완제품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한 점은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개선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을 발판 삼아 삼성전자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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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7월21일 경북 구미에 있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
◆ 이재용 실용주의, 주목되는 연말 인사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를 토대로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을 개선해 왔다.
비용절감과 인력 재배치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가 3분기 영업이익을 7조 원대에 올린 데에도 이런 실용주의가 한몫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마케팅과 스포츠 후원 등의 지출을 지난해보다 줄이는 등 지속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는 내년 일반경비를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10월 말까지 인사 관리 재무 등 본사 지원부서 인력의 10% 안팎을 마케팅 영업이나 제조 현장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인력 800여 명 가운데 10~30%를 수원사업장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이 부회장이 ‘이재용 방식의 용인술’을 보여줄지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의 삼두마차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 부회장이 올해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이재용 색깔’을 입히기 위한 용인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7조 원대를 회복하면서 연말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와 스마트 리더십의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용, 주주 이익환원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나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삼성전자의 주주이익 환원에 압력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170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중간배당을 500원 인상하는 데 그친 데다 특별배당을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주들의 불만과 이익환원 요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의 완성을 앞두고 주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주주이익 환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경영진들 사이에 주주 이익환원을 더는 미루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주주 이익환원을 위해 배당을 늘리기보다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주주 이익환원 요구에도 부응하고 향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발표 때 주주 이익환원 계획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삼성전자는 10월 말 공식적으로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