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발행하기로 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2022년 7월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아 경영권 분쟁의 여지는 줄이면서 필요한 자금은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1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3천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신주인수권을 100% 행사한다고 가정할 때 발행 가능한 주식 수는 331만1258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의 약 5.3%로 추산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이번에 발행하게 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분리형으로 채권과 인수권을 분리할 수 있다”며 “공모일로부터 한 달 후부터 신주인수권을 매매할 수는 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려면 2년 후부터 가능하고 그 사이에는 지분율이나 총 발행주식의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5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향한 지분가치 유지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을 견제하면서 현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의 제3자에게 새로 발행할 주식을 인수하도록 하는 유상증자를 말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우호세력에게 배정해 경영권 다툼에서 앞서 나가려 할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러나 이를 염려한 주주연합은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2차례에 걸쳐 한진칼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연합은 내용증명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훼손하고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효과가 있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원태 회장은 기존 주주와 일반인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공모 방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면서 2년 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주연합의 비판도 잠재우고 자금도 확보할 수 있는 ‘묘수’를 둔 것이다.
주주연합은 당장 의결권 행사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 매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 한진칼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미달된 실권주가 나오더라도 대표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인수하기로 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원태 회장은 목표금액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주식담보대출보다 이자율이 낮고 장기로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한 카드라고 평가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에 한진칼에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표면이자율은 2%이고 만기이자율은 3.75%로 주식담보대출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전환기간도 2년으로 남아 있는 만큼 조원태 회장이 한 숨 돌릴 기회를 얻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