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경고’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 다음 회장에 도전할 뜻을 보인 것으로 금융권은 바라본다.
다만 함 부회장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그 여파가 하나금융지주와 금감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부회장이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두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 다음 회장에 도전할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같은 사안을 놓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눈앞에 두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과 달리 함 부회장은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현재 부회장 임기를 마치는 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원이 함 부회장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금감원의 문책경고 효력인 ‘금융권 취업제한 3년’이 일단 발생하지 않는다. 함 부회장으로서는 내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함 부회장은 소송을 제기해 명예회복을 노리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그 여파는 하나금융지주와 금감원의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자인 함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린 제재가 법원에서 판단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소비자 보호를 내세웠던 금융당국의 의지가 무색해졌다.
우리은행은 금융위의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받아들이면서 어느 정도 금융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 달리 하나은행이 기관제재를 두고도 소송을 제기한 점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은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기관제재와 관련해 법원을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함 부회장의 소송을 지원사격하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계속 얽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금융당국의 판단을 두고 법적 대응을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 일로 여겨진다.
당장 하나은행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손실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감원이 하나은행을 향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로 범위를 넓혀보면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심사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7년 9월8일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가 소유하고 있는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를 모두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함 부회장 개인으로서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데 금감원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17년 12월 금감원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두 번째 연임을 두고 제동을 걸었던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함 부회장은 2019년 3월 하나은행장 두 번째 연임을 포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와 금융감독원의 관계 회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함 부회장은 이번에 행정소송 제기기간인 90일 거의 채운 6월1일이 돼서야 행정소송을 결정했다. 그만큼 고민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함 부회장은 행정소송과 관련해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함 부회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