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이 현대시멘트의 전현직 경영진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정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시멘트는 2016년까지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예정돼 있는데 매각 가능성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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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선 현대시멘트 회장. |
6일 현대시멘트에 따르면 정몽선 회장은 이주환 현대시멘트 사장과 임승빈 현대시멘트 전무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시멘트의 이사회는 모두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9월 정정희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정 회장이 현재 남은 이사회 구성원 3명 가운데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직무집행정지를 요청한 셈이다.
이번 가처분소송은 정 회장이 전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정 회장은 지난달 김호일 전 부회장 등 현대시멘트 전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시멘트가 5천억 원대 지급보증을 결정한 데 대해 배임혐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시멘트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 아니라 정 회장의 개인적 결정”이라고 “어떤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는지 알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정 회장이 현대시멘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는데 현대시멘트의 매각 가능성이 떠오르는 등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 회장은 2013년 말까지 현대시멘트 지분 29.31%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으로 지분율이 2.46%까지 줄어들었다. 현대시멘트가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 회장은 최대주주 자리를 채권단인 하나은행에 내주고서도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올해 정 회장의 한남동 자택과 부친 정순영 전 회장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광주의 토지와 건물이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사재를 내놓는 등 오너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현대시멘트 부실책임을 전 경영진의 경영실패로 돌린다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정 회장도 각자대표로 올라 있었기 때문에 정 회장이 소송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 회장은 2007년 현대시멘트는 물론 성우종합건설 대표이사도 맡고 있었다.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정 회장이 자회사 지급보증과 무관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현대시멘트는 2016년까지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이 예정돼 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현재 현대시멘트 지분 83.11%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시멘트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는 업계 4위 회사다. 최근 시멘트 업황 호조와 동양시멘트 인수전 흥행으로 현대시멘트의 매각에 대한 기대도 높다.
채권단은 현대시멘트 재무악화의 원인이 된 양재동 파이시티 매각이 완료된 뒤 현대시멘트 매각을 추진하려고 한다. 파이시티 부채를 안고 있는 이상 현대시멘트가 제 값에 팔리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는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현대시멘트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이 시행을 맡았다. 정 회장이 전 경영진을 고발한 것도 이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시멘트는 2007년 성우종합건설에 5150억 원을 지급보증했는데 이 가운데 파이시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이 4402억 원이다.
하지만 파이시티 사업이 무산되고 현대시멘트는 빚을 떠안았다. 현대시멘트는 2011년부터 파이시티 매각을 추진했으나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현대시멘트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됐고 성우종합건설은 워크아웃에 이어 지난해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현대시멘트의 경영실적은 나쁘지 않다.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매출 3257억 원, 영업이익 485억 원을 올렸다. 최근 3년 사이 매출은 20.6%, 영업이익은 945% 증가했다. 현대시멘트는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1669억 원, 영업이익 275억 원으로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