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에 국민연금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사실을 놓고 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합병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국민연금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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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6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합병 비율 변경 혹은 재추진 가능 여부를 삼성그룹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7월7일 삼성전자 본관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이런 내용을 문의했다.
이 때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하기 사흘 전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합병비율 변경은 제일모직 주주와의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재추진은 합병에 따른 사업기회 상실 등의 기회비용이 과다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이 삼성그룹을 찾아가 합병비율 변경 혹은 재추진 여부를 타진한 것은 국민연금 자체적으로도 합병비율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국민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0.46으로 산출했다. 이는 합병비율인 1대0.35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시너지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이런 우려가 있는데도 투자위원회는 의결을 강행했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찬성했다. 삼성물산 합병안이 필요한 찬성표를 간신히 넘기며 통과된 점을 고려할 때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지는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5일 국감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삼성가가 입은 혜택은 79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국민연금이 추산한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했다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3.02%를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는 10월1일 종가 기준 7900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국민연금이 합병계약 체결 전 18거래일 가운데 15거래일 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해 주가하락에 일조했고 그 결과 낮은 비율로 합병이 성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매도는 삼성물산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며 주가하락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합병 발표 이후 주주확정 기준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315만 주를 매수했다. 이는 삼성물산 총주식의 2% 정도에 해당한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합병에 성공하면 삼성물산 주가가 하락할 상황에서 수익을 내야 할 연기금이 해당 주식을 매수한 것은 특정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에서 삼성물산 합병안 찬성 여부를 결정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주요 의결권 행사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삼성물산 합병 건은 이례적으로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단독으로 결정했다”며 “유사한 사례였던 SK와 SKC&C 합병 때 의결권행사위원회에 의견을 물었던 것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의결권행사위원회 자문 규정을 명확히 하는 부분을 복지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