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상반기 내 예비타당성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 아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환경보호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추세에 어긋난다는 국내외 비판에도 한국전력의 실적 부진 탈출과 현지 추가 수주 등을 고려해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의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사업성 부족을 뜻하는 '회색영역'이 나왔지만 올해 다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평가에선 사업성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1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사업이다.
한국전력이 약 3조5천억 원에 이르는 발전소 총건설비용 가운데 600억 원을 투자하고 완공 뒤 25년 동안 발전소를 운영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 등 한국전력이 제출한 자료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자료를 더욱 보강해 제출했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를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최근의 극심한 실적 부진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조3566억 원을 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올해 1분기 국제연료 가격 하락에 힘입어 일시적 흑자 달성엔 성공했지만 한국전력은 국제연료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 앞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해외사업에서 나는 이익을 통해 국내에서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전력은 해외사업을 추진하는데 수익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석탄이 풍부해 발전 단가가 낮은 수준이라 석탄을 이용한 발전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전력의 입장에서도 돌아올 이익을 생각하면 발전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보다 발전 단가가 낮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를 25년 동안 운영하면서 전력을 판매해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추가 수주도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한국전력 내부에서 나온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30GW가 넘는 발전사업을 민자발전사업(IPP) 방식으로 추가 발주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환경문제와 관련한 국내외 비판에 따라 한국전력이 현재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중단한다면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가서 앞으로 추가 수주가 곤란해질 상황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을 향한 국내외 비판과 관련해 “그동안의 파트너와 고객이 있다"며 "한참 얘기가 진행되던 가운데 저희가 빠지는 데 한국전력의 명성에 관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석탄화력발전소사업을 추진하는 점과 관련해 네덜란드 공적연금 등 해외투자자와 국내 환경단체로부터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한국전력은 탄소 배출에 책임이 있는 세계 100대 상장기업에 포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