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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기업 인수만큼이나 매각에서도 능력을 보여줄까?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전에서 기업 인수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쟁쟁한 외국계 사모펀드와 겨뤄 승리해 MKB파트너스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높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인수한 기업을 매각하는 데에서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 매각에서 고전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코웨이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매각에 성공할지를 놓고 벌써부터 불안한 시선이 엿보인다.
◆ 몸집 불린 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에 성공하면서 총자산(자회사 포함) 기준 재계 순위 11위가 된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계 사모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김 회장은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뒤 여러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빠르게 불렸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동아시아지역에 모두 22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가 끝나면 전체 자회사도 25개로 늘어난다.
홈플러스를 포함해 MBK파트너스가 거느린 회사들의 총자산을 합치면 2014년 기준으로 37조8463억 원에 이른다. 재계 순위 11위인 KT(34조5030억 원)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10위인 한화그룹(37조9540억 원)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홈플러스 인수가 끝나면 국내에서만 ING생명, 홈플러스, HK저축은행, 코웨이, 씨앤앰, 네파, 영화엔지니어링 등 7개 기업을 거느리게 된다. 이 회사들의 연 매출을 합치면 16조1513억 원에 이른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1조 원이 넘는 3개의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의 해외기업에도 투자해 왔다.
MBK파트너스는 2005년 1조 원의 1호 펀드를 조성해 한국에서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HK저축은행, 씨앤앰 등을 사들였다. 중국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과 투예제약, 일본 타사키와 야요이, 대만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와 갈라TV 등에도 투자했다.
MBK파트너스는 2008년 1조5천억 원의 2호 펀드를 만들어 테크팩솔루션(현 두산테크팩), 금호렌탈(현 롯데렌탈), 영화엔지니어링, 코웨이, 네파 등을 인수했다. 일본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과 고메다, 중국 GSEI와 뉴차이나생명도 2호 펀드의 자금으로 산 기업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3조 원의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ING생명 한국법인을 매입했다. ING생명은 총자산 25조5648억 원으로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기업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다.
이 기업들의 매출을 합치면 2013년 말 기준으로 287억 달러에 이른다. 전체 직원도 4만 명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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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 해외에서 투자회수 비교적 성공
김 회장은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데도 수완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것이 코웨이다.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106억 원을 냈다. 2014년 상반기보다 20.4%나 늘어났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코웨이를 인수한 뒤 수익성 높은 생활가전부문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코웨이의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코웨이는 국내 생활환경 가전부문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도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매출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MBK파트너스는 1호와 2호 펀드로 국내와 해외 21개 기업에 30억6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MBK파트너스는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13건의 자금을 회수해 30억 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67%에 이른다고 MBK파트너스는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3월 초 대만 케이블회사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와 일본 커피체인점 고메다에서 자본구조재조정을 통해 1억5570만 달러와 7520만 달러를 각각 회수했다.
자본구조재조정은 인수기업의 금융권 대출을 통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투자회수방식이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경영권을 매각하려고 할 때 활용된다.
김 회장은 인수한 기업을 단기간에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2006년 한미캐피탈을 사들여 2007년 우리금융지주(현 우리은행)에 팔아 자본회수율 453.5%를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해외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국내에서 별다른 투자차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 기간에 국내기업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 것은 한 건뿐이다. MBK파트너스는 2014년 8월 테크팩솔루션을 동원그룹에 매각해 2500억 원을 확보했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지금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펀드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가장 좋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 씨앤앰 코웨이 매각 성공할까
김 회장은 씨앤앰, 코웨이, HK저축은행 등을 매각해 투자회수를 추진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과 HK저축은행의 경영권을 5년 이상 보유했던 만큼 투자를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 기업들의 매각에 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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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4년 12월31일 노사합의에 성공한 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옆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
씨앤앰과 HK저축은행의 경우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투자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2008년 2조2천억 원에 씨앤앰을 사들였다. MBK파트너스가 이 과정에서 빌린 돈의 이자까지 감안하면 2조5천억 원 이상으로 팔아야 손실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씨앤앰은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예상 몸값이 1조5천억 원까지 내려가 있다.
MBK파트너스는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스와 HK저축은행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에 25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최소 3천억 원을 받길 바라지만 JC플라워스는 약 2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씨앤앰 인수 뒤 고용을 놓고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용안정을 약속했으나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규직이었던 기술직을 비정규직 협력기업 소속으로 바꿨다. 그 뒤 외주회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109명이 해고됐다.
해고 노동자들은 MBK파트너스의 약속위반을 주장하며 농성 등 격렬한 복직투쟁을 펼쳤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MBK파트너스는 신설 협력회사를 세워 90여 명을 복직시켰다.
코웨이는 안정적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매각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상 매각가격이 너무 높아 인수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의 매각가격으로 약 3조 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의 지분 30.9%를 사들이는 데 1조1915억 원을 들였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자칫 코웨이 같은 성공보다 씨앤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7조2천억 원에 인수해 ‘고가인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MBK파트너스가 투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홈플러스의 알짜사업을 분할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돈다.
김 회장은 당장 홈플러스 노조의 고용안정 요구를 강하게 받는 등 홈플러스 기업가치를 올리는 작업을 펼치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며 김 회장과 직접 대화해 고용안정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