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은행계 증권사들이 1분기 실적에서 크게 희비가 엇갈렸다.
결국 리스크 관리역량이 실적을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 KB증권은 1분기 영업손실 208억 원, 순손실 147억 원을 봤다. KB증권이 분기 영업손실을 본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주요 증권사 가운데 KB증권만 유일하게 적자를 내면서 그 이유가 주목된다.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내긴 했지만 KB증권만 유일하게 적자로 전환했다. 비은행계 증권사로 범위를 넓혀봐도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의 상위 8개 증권사 가운데 적자를 낸 곳은 KB증권밖에 없다.
KB증권은 1분기 영업손실 208억 원, 순손실 147억 원을 봤다. KB증권이 분기 영업손실을 본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KB증권은 1분기에만 1천억 원이 넘는 일회성 손실을 인식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규모가 증권사와 비교해도 컸는데 자체 헤지규모도 커 운용손실로만 480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주가연계증권은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주식의 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투자자는 주가지수 또는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다.
주가연계증권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기 때문에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을 발행할 때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헤지를 한다.
헤지방식으로는 ‘자체 헤지’와 ‘백투백 헤지’가 있다. 자체 헤지는 판매한 증권사가 수익을 직접 챙길 수 있지만 주식시장이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손실도 떠안아야 한다.
백투백 헤지는 외국계 증권사 등에게 이익과 동시에 위험을 넘기는 방식이다. 보통 자체 헤지를 하는 주가연계증권 잔액의 1.5% 안팎을 증권사가 수익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백투백 헤지 방식으로 판매하면 판매한 증권사 몫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위험성은 낮지만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 셈이다.
KB증권의 3월 말 기준 주가연계증권 발행 잔액은 6조 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이 가운데 45%가량을 자체 헤지를 통해 운용해왔다.
결국 KB증권이 운용수익을 늘리기 위해 주가연계증권 판매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자체 헤지 비중도 높여왔던 점이 KB증권의 1분기 실적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특히 글로벌 증시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KB증권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 발행이 늘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며 “삼성증권을 비롯해 자체 헤지 규모가 큰 다른 증권사들도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주가연계증권 관련 운용손실을 많이 봤겠지만 KB증권은 순이익 규모가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작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KB증권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평가손실 400억 원, TRS(총수익스와프)계약 관련 충당금 190억 원도 발생했다.
NH투자증권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가량 줄었지만 주가연계증권 발행 규모와 자체 헤지 비중을 꾸준히 줄여와 그나마 적자를 피했다.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 잔액은 1조7천억 원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의 평균 3조6천억 원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 감소폭은 20~30%대로 그나마 선방했다. 두 곳 모두 자체 헤지 비중이 높지 않았던 점이 실적 방어에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