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눈속임 사태로 국내에서도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고효율과 친환경 등의 이미지를 내세워 BMW 벤츠 등과 함께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중형세단인 파사트 2.0TDI는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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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 쿨 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 |
그러나 이번 사태로 폴스크바겐은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고 판매감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아우디의 A3, A7의 연비검사를 합격 처리했으나 배출가스 조작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환경부도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제타, 아우디 A3 등 3개 차종의 배출가스를 10월 검증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이 디젤차량에 배출가스를 눈속임하는 프로그램을 장착해 리콜사태가 일어나면서 국내에서 해당 차량에 대한 재검사와 리콜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차종들은 미국 환경규제에 맞춘 것으로 유럽 환경기준에 맞춰 수입된 국내 판매 차종과 다르다“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리콜조치를 내린 모델은 2009~2015년 생산된 폴크스바겐의 제타, 비틀, 골프, 2014~2015년형 파사트, 2009~2014년 생산된 아우디 A3다.
국내에서 유로6 환경기준에 맞춰 제작된 차량 가운데 지난 8월까지 골프, 제타, A3 등 3개 차종은 6387대 판매됐다. 골프 789대, 제타 2524대, A3 3074대가 팔렸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1100만 대의 디젤차량 배출가스 차단장치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의심이 되는 판매차량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의심 차량의 폭을 더욱 넓히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약 6만745대가 팔려나갔다.
폴크스바겐 골프가 2만6518대로 가장 많고, 파사트 1만7919대, 제타 1만393대, 비틀 2841대 순이다. 아우디 A3는 3047대가 판매됐다.
한-EU FTA로 디젤차의 배출가스 규제를 2017년 9월 이후 판매되는 신차부터 적용할 수 있어 폴크스바겐의 모든 차량에 대해 리콜조치가 강제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들다.
다만 환경부나 국토부의 조사결과 배출가스 장치의 조작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부가 해당내용을 고시할 예정이어서 자발적으로 리콜이 이뤄질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수입차시장 점유율 28%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점유율 15.61%, 12.56%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해당 모델인 파사트 2.0 TDI는 지난 8월 854대로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골프 2.0 TDI도 740대가 팔려 세 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폴크스바겐은 디젤 엔진의 친환경과 효율성 등을 내세워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면서 “그러나 이번 사태로 과거의 명성과 신뢰를 되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높은 디젤엔진 기술력이 폴크스바겐 브랜드 인지도의 뿌리인 만큼 이번 이슈로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폴크스바겐의 고객들이 다른 자동차회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젊은 고객층들이 이탈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20~30대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자동차업체는 낮은 디젤 경쟁력 때문에 수입차에게 시장을 내주고 세계시장에서 소형차를 무기로 판매를 확대해 왔는데 폴크스바겐의 어려움이 한국 자동차업체에게 상대적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