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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왼쪽)과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 |
한화투자증권이 주진형 사장과 후임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의 ‘어색한 동거’를 6개월 동안 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주 사장 임기가 6개 월이나 남았는데도 여 부사장을 후임 사장에 내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여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오는 11월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
한화그룹의 이런 결정에 대해 주 사장이 독립경영을 꾀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확산돼 그룹의 통합력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한화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화그룹이 주 사장을 연임하지 않고 한화그룹 핵심인사인 여 부사장을 후임 사장으로 내정한 데에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주 사장이 독립경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그룹의 구심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주 사장에게 사임을 요구했으나 주 사장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반발하자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후임 사장 내정자를 사내이사에 선임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원래 후임 경영자를 몇 달 전 경영담당임원으로 선임해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화그룹이 주 사장 경질을 결정한 데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도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내게 하고 리서치센터에 기자 출신을 영입하는 등 변화를 꾀한 데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내 한화그룹에 부담을 줬다.
이런 요인 못지 않게 한화그룹을 자극한 것은 주 사장이 그룹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경영을 추진한 대목이다.
주 사장은 전산장비 납품업체를 계열사인 한화S&C에서 IBM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자율복장제를 도입하는 등 독자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주 사장은 이 과정에서 그룹 경영기획실과 소통을 사실상 단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하며 그룹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그룹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며 “주 사장의 독립경영이 다른 계열사에도 혹시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한화그룹 내부에서 컸고 그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질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이 주 사장 후임으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지 않고 그룹 경영기획실의 여승주 부사장을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그동안 한화투자증권에 임일수 전 사장과 주진형 사장까지 두 번 연속 외부 출신 사장을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삼성증권 출신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외부와 내부의 후보군 중 가장 적임자를 고른 것”이라며 내부인사를 발탁한 것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