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투자금융(IB)사업 확대에 따른 증권사 사이 자기자본 경쟁이 치열한데 NH투자증권은 높은 배당성향과 농업지원사업비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꾸준히 자기자본을 늘리고 있지만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경쟁 증권사보다 자기자본을 쌓아가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와 자기자본 격차가 벌어졌고 2018년 말 기준 3위였던 한국투자증권에 따라잡히며 2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본총계는 5조392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383억 원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년 만에 8400억 원 이상 자본을 늘리며 9조 원대에 진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자기자본을 약 1조 원 늘어난 5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지주 증권사들도 지주의 지원을 받으며 NH투자증권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한 첫 해인 2015년 이후 꾸준히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배당성향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2019년 결산배당으로 1507억 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성향(순이익 가운데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31.7%로 나타났다.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27.6%), 메리츠증권(24.5%)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비상장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배당성향이 71.59%로 크게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 가운데 29%를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옮기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777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기자본이 늘었다.
NH투자증권이 농협 계열사로 농업지원사업비를 내야하는 점도 다른 증권사들과 자기자본 확대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로 258억 원을 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의 고유목적사업인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지주회사를 제외한 자회사가 농협중앙회에 해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이기 때문에 자기자본 증가 속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기자본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