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지기 전까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됐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기존 2만4천 원에서 1만8천 원으로 낮춰 잡았다. 투자의견도 기존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20일 대한항공 주가는 1만9550원에 장을 마쳤다.
방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자본확충방안으로 유상증자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 최종 의사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상증자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최대 1조 원은 현재 시가총액 대비 52.7% 수준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한진칼(보통주 지분 29.96%)의 현금여력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 규모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진칼은 2019년 말 별도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현금성자산 189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빠르게 현금을 소진하고 있으며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갚을 수 있는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하반기 업황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올해 말 예상 부채비율은 1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방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경쟁사들과 달리 항공기 및 엔진뿐 아니라 비핵심자산 등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등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의 위험선호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회사채를 원활하게 차환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세일앤리스백이란 기업이 소유하는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서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코로나19가 항공업에 재해 성격이 큰 만큼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부가 지원 전에 대한항공의 자구 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 연구원은 “조만간 발표될 항공 등 기간산업 지원대책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원안이 시장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대한항공의 펀더멘탈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대한항공은 2020년 매출 10조7780억 원, 영업이익 298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보다 매출은 15% 줄어들지만 영업이익은 15.8% 증가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