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BC카드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까?
BC카드가 최대주주에 오르면 고사위기에 놓인 케이뱅크가 정상화할 수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주도하는 금융혁신’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BC카드는 20일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BC카드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이라며 “추후 심사일정은 금융당국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BC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어서야만 애초 세워둔 계획대로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BC카드와 같은 금융자본이 은행 지분을 33% 넘게 보유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최종 관문으로 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BC카드는 17일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인수하는 등 케이뱅크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단계를 차례로 밟고 있다.
은 위원장이 BC카드의 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을 승인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BC카드는 KT와 달리 케이뱅크 최대주주가 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는 데다 비슷한 카카오뱅크 사례에서 금융위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손자회사 우회증자를 승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케이뱅크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지 못하게 되자 관련 법령 위반 문제가 없는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우회증자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각종 금융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 이상 늘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은 위원장이 혁신금융 성장을 위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를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번 보인 점도 BC카드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은 위원장은 3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케이뱅크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금융위가 도울 일 있다면 돕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금융회사인 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오르면 ‘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혁신’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그동안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KT가 주도권을 쥐고 운영해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앞선 결과물들을 여럿 내놓을 수 있었다.
2017년 7월 영업 초기에 자체 신용평가모델 출시한 것과 현재 아파트 비대면 담보대출상품 개발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 등이 대표적이다.
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오른다면 이런 혁신성을 발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케이뱅크 주요주주가 BC카드(34%), 우리은행(13.79%), NH투자증권(10%), 한화생명(7.32%) 등 금융회사로 모두 채워지면서 기술혁신을 이끌 만한 주주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카카오뱅크와 제3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각각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카카오(34%)와 비바리퍼블리카(34%)를 최대주주로 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장기적으로 케이뱅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은 위원장이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BC카드의 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을 승인해준다면 IT기술을 통한 금융혁신이란 초기 목적이 퇴색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다른 금융회사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뛰어든다면 이를 막을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한은 60일이다.
케이뱅크가 유상증자 주금납입일을 6월18일로 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 심사결과는 이보다 이른 시점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