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에서 국회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새 국회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법안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용진 의원은 15일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강북구을 지역구에 출마해 64.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의원이 재선 의원이라는 관록을 쌓으면서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와 관련한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다시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60%에 해당하는 180석, 범여권까지 포함하면 190석을 차지해 21대 국회의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된 만큼 박 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들고 나올 경우 법안 통과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법안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이 시장가격 기준으로 총 자산의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은행과 증권사 등 다른 금융회사는 계열사 보유지분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하지만 보험사는 이를 주식 취득가격으로 계산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주식 취득가격 으로 계산하면 5천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16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약 24조9천억 원으로 지난해 말 삼성생명 자산총계의 7.97%에 이른다.
박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약 5.3%에 해당하는 15조5200억 원어치의 지분을 매각해야만 한다.
삼성그룹은 현재 오너일가가 보유한 6% 안팎의 지분과 삼성물산의 지분 약 5%,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 약 8.5%로 삼성전자에 관련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달리 삼성생명 지분이 없다. 하지만 삼성물산 보유지분을 통해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낮추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 지배력을 높이고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같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3% 안팎으로 줄인다면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도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삼성그룹이 법안 통과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회계부정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분식회계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철저한 검찰수사와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이 2018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수 적발해 관련자를 기소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박 의원이 차명계좌 적발을 위한 금융실명법 발의로 사태를 공론화한 성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재판과 관련해 재판부의 엄격한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고 '
이재용법'으로 불린 재벌 편법승계 방지법도 발의했다.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 관련 의정활동에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박 의원은 21대 총선 유세 과정에서 지역구 발전을 위한 공약을 내거는 데 집중했지만 선거 벽보에 ‘유치원 3법의 주역, 경제민주화의 앞장선 40대 젊은 정치인’이란 점도 적극 내세웠다.
민주당이 장악하게 된 21대 국회에서 박 의원이 더욱 강하게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경제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을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 시선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의원이 도입을 추진하던 보험업법 개정안 등 법안은 삼성계열사의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율을 낮추게 되면 그룹 내 지배력이 약해지고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지켜내기보다 능력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법안 도입이 추진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도 금산분리 원칙을 앞세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와 관련해 계속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던 만큼 거대 여당의 등장으로 금산분리 논의에 더욱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