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통해 휴면고객 활성화와 수수료 이익 확보에 성공한다면 향후 정부와 서울시 등의 코로나19 지원자금 신청에 카드업계가 경품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도 있다.
▲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
13일 카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수단으로 참여한 신용카드 사업자 13곳 가운데 우리카드가 유일하게 경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13곳은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 카드사 8곳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Sh수협은행 등 은행 5곳이다.
우리카드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1천 명에게 스타벅스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 신청에 별도의 경품을 제공하는 곳은 현재 우리카드뿐이다.
마케팅비용 자체는 작지만 경기도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우리카드는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위례, 미사, 죽전, 운정 등 주요 경기도 신도시의 ‘맘카페’마다 우리카드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고 다른 카드사들의 이벤트도 기대한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있다.
우리카드는 당초 이번 이벤트를 큰 기대 없이 휴면고객을 깨우는 ‘리텐션’ 마케팅의 하나로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마케팅팀이 시기 적절한 리텐션 마케팅 아이템을 찾아보다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추진해오던 리테션 마케팅의 연장선상에서 마련한 것으로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좋은 반응이 나오면서 우리카드는 물론 다른 카드사들도 이번 이벤트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자 확보에 미칠 영향에 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1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모두 1조3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수단을 경기지역화폐, 선불카드, 신용카드 등 3가지 수단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모든 신청분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 방문 등 절차 없이 ARS 본인인증만 거치면 신청이 완료되는 신용카드가 다른 지급수단과 편의성 경쟁에서 크게 앞서 있어 지급수단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신용카드 판매 평균수수료가 1.6%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으로 최대 약 210억 원 수준의 신용판매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중소형 카드사 신용판매 수수료의 3~4% 수준이지만 악화한 카드업황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규모의 이익이다.
게다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앞으로 이어질 정부, 서울시, 각종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의 신호탄 성격도 지니고 있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시작으로 향후 코로나19 관련 지원금 규모는 정부의 9조 원대 추경안 등을 포함해 1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두고 나타난 여러 현상들이 코로나19 지원금을 둘러싼 지급수단 경쟁에서도 잇달아 나타날 수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에서 각 카드사 점유율은 카드사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시장점유율 수준으로 나눠질 것으로 예상됐다”며 “하지만 우리카드가 이벤트에서 효과를 거뒀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앞으로 이어질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수단 경쟁에서는 적극적 마케팅이 일어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