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대표가 출마한 대구 수성구을은 공표금지 기간인 8일 전에 진행해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3파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 전 대표와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가 30% 초반, 더불어민주당 이성식 후보가 20% 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세 후보 사이 지지율 차이는 오차 범위 안으로 홍 전 대표로서는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홍 전 대표가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당대표를 지내고 대선후보까지 했던 보수 야권의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정치권의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힘겨운 싸움 끝에 당선되더라도 ‘통합당 복당’이라는 정치적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다음 대선에 도전해 보려면 거대 보수정당인 ‘통합당’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치르며 ‘무소속 홍준표’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 내 공천 갈등 결과로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면서 보수텃밭인 대구에서도 통합당 현역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수성구을 지역구를 골라서 출마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서울 종로에 출마한 만큼 홍 전 대표도 통합당과 크게 척을 지지 않으면서 비교적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뒤 당권을 노려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인지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통합당 이인선 후보를 상대로 수성구을에서 크게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 홍준표 개인의 영향력이 통합당의 당세가 없으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홍 전 대표는 통합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그가 복당해야 통합당이 살아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주적은 문재인 정권인데 공천을 잘못한 책임을 오히려 무소속 후보들에게 돌리려고 무소속 후보들을 공격하는 당 지도부는 반성해야 한다”며 “매일 헛발질로 오히려 열세에 몰리는 것은 당 지도부의 무능과 옹졸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지도부를 비판한 뒤에는 “홍준표가 살아서 돌아가야 당의 생동감이 살아날 것”이라며 여전한 복당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총선 뒤 홍 전 대표의 복당과 당권, 대선 도전 등 정치행보가 순탄하게 흘러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황 대표는 3월30일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무소속 출마는 국민 명령을 거스르고 문재인 정권을 돕는 해당(害黨)행위”라며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영구 입당 불허 등 강력한 조치와 함께 무소속을 돕는 당원들도 해당행위로 중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뒤 통합당 당권을 놓고 당내 경쟁이 벌어져도 유승민 의원이나 김종인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등 통합당 내 주요 인물들은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홍 전 대표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도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등 현재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도 총선이 끝난 뒤 당권을 노릴 것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홍 전 대표가 탈당 뒤 무소속으로 대구 지역에 출마한 점을 놓고 당내 비판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성영 통합당 대구시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홍 전 대표를 겨냥해 “황 대표는 종로에서 죽을 각오로 싸우고 오세훈 후보도 험지에서 싸우고 있는데 홍 전 대표는 당의 서울 출마 요청을 매정하게 물리치고 따뜻한 꽃길에서 봄을 즐기고 있다”며 “홍 전 대표 같은 막말 싸움꿈은 필요 없는 시대가 됐음을 우리 시민들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