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총선에서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차별화를 보이고 선거 지원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총선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7일 유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 없다’는 글을 통해 황 대표를 직접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 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4월5일 ‘전 국민에게 50만 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건전보수정당을 자임하는 미래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적었다.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를 비판한 데다 '포퓰리즘', '부화뇌동' 등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한 것은 당 지도부와 확실히 차별화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유 의원은 경제 전문가, 합리적 보수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당 지도부의 지도력에서 논란이 되는 지점을 파고들어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는 1일에는 당내 인물들의 실언이 논란이 되자 “아직도 통합당이 멀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지금도, 총선 이후에도 정말 혁신하고 변화해야 할 지점이 많다”고 지도력의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황 대표의 ‘모든 국민에 50만 원 지원’ 발언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지원금 대책을 놓고 기존 통합당의 당론과 다른 것이라 당장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황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6일 ‘황 대표와 의견이 불일치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앞으로 나와 협의가 안 된 다른 이야기는 안 나갈 것”이라며 “(황 대표의) 개인적 실수였다”고 대답해 두 사람 사이 엇박자가 났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전 국민 50만원(4인 가구 200만원)을 하루라도 빨리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황 대표와 당 지도부로 대표되는 선거 '컨트롤타워'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작은 실수'가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낼 경우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한 명분쌓기에 나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유 의원은 황 대표와 차별화를 하면서 수도권 지원에 집중하다가 이번주부터 지방으로 선거지원 활동의 범위도 넓히고 있다.
통합당 창당 뒤 40여 일 동안 침묵하다 공개 행보를 시작하면서 “수도권 후보를 현장에서 돕는 것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으나 보폭을 크게 넓히기로 한 것이다.
유 의원은 7일 대전을 찾아 유성구갑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와 서구을에 출마한 양홍규 후보 등을 지원했다. 같은 날 경남 양산도 방문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강원도를 방문해 원주갑에 출마한 박정하 후보,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에 출마한 한기호 후보 등 지원유세도 했다.
유 의원은 당내 아무런 공식적 역할을 맡고 있지 않으면서 사실상 선거대책위원장 수준의 전국 지원유세를 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가 방문한 지역구도 대부분 현재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경합 혹은 열세를 보이는 곳으로 지원 받은 후보가 승리한다면 유 의원의 지원이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곳들이다. 당 차원의 유세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후보들도 있다.
유 의원의 선대위원장급 활동은 총선 뒤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통합당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볼 수 있다.
황 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총선에서 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당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왔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당의 과반 획득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유 의원은 백의종군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선거 책임론에서는 벗어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행동이 자유로워 '아군'이 될 가능성이 큰 후보를 지원하기 유리하다.
게다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당권 경쟁에서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들이 공천 갈등 끝에 탈당한 상태라는 점 역시 유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대선주자로 여겨지는 원희룡 제주지사 또한 현직 자치단체장이어서 당권 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워 유 대표가 황 대표에 맞서는 세력의 구심이 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