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청구금액만 최근 주가 기준으로 9천억 원, 소 제기 당시 주가 기준으로 1조4천억 원 규모인 이 소송의 결과가 SK그룹 지배구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최태원 SK그룹 회장.
7일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법원이 노 관장의 청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월31일 기준 최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 지분은 29.48%, 최 회장 개인이 보유한 지분은 18.44%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42.3%를 요구했는데 만약 노 관장의 청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SK 지분의 약 7.75% 정도를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0.69%, 최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 지분은 21.73%로 감소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오너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이 30%를 넘어야 안정적으로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경영권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노 관장의 요구가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 회장은 2005년 외국계 자산운용회사인 소버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던 만큼 지주회사 지분이 희석되는 데 더욱 민감할 수 있다.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것 역시 최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합병(M&A)에 활용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법 가운데 현재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지주회사 SK와 합병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이 방법을 선택한다면 SK가 SK텔레콤 투자회사를 합병해야하는 만큼 기존 SK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을 해준다고 가정한다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 지분이 2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확정판결이 나올 때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확정판결보다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심 판결의 내용 등에 따라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이혼소송의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있는데다가 노 관장과 최 회장의 결혼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는 "부부 중 일방이 상속받은 재산이거나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부동산이더라도 이를 취득하고 유지하는데 상대방의 가사노동 등이 직·간접으로 기여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혼 직전에 상속을 받았다는 등의 특수한 사정이 없고 결혼기간이 충분히 오래됐을 때는 그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배우자의 기여가 인정되기 때문에 상속재산 역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실제 노 관장이 재산 형성과 유지에 어느정도 기여했는지 법원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5년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혼외자녀가 있다고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으며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혼조정이 2018년 2월에 결렬되면서 정식 소송절차가 시작됐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가 2019년 12월 이혼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반소를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최 회장의 이혼소송은 2020년 1월까지 나경 가사3단독 판사가 맡아왔으나 노 관장의 반소 제기를 이유로 합의부인 가사2부로 다시 배당됐으며 첫 변론기일은 7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