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의 손실규모가 이른 시일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손실로 투자자들의 원금 상환이 어려워지고 신한은행의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TF1' 펀드 자산 실사를 마무리한 뒤 결과를 통보했다.
플루토TF1은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말부터 환매를 중단한 2438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다.
삼일회계법인의 자산 실사는 펀드 투자자산의 회수 여부와 손실률을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2월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 2개의 실사를 마치고 손실률을 17%~47%로 예측해 내놓았는데 플루토TF1은 해외자산 기반의 무역금융펀드라 실사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 자산을 플루토TF1에 투자한 '크레딧인슈어드1호' 펀드의 손실규모도 곧 확정될 공산이 크다.
플루토TF1 펀드는 신한금융투자에서 가장 많은 888억 원어치가 판매됐고 크레딧인슈어드1호는 신한은행에서 전액에 가까운 2712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이번에 발표되는 무역금융펀드의 손실이 신한금융 계열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플루토TF1 펀드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이 펀드 자산 실사결과에 따라 소비자 피해보상을 위한 금전적 부담과 큰 사회적 비판을 안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자산 실사를 마친 다른 라임자산운용 펀드에서 이미 큰 손실이 확정된 데 따라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신한은행이 판매한 펀드의 손실규모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크레딧인슈어드1호 펀드가 지난해 진 행장 취임 뒤 소비자에 판매된 만큼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진 행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이 해당 펀드의 자금을 일방적으로 다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해 계약을 위반하고 손실을 일으켰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이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한 펀드상품에 가입해 피해를 봤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이 이른 시일에 신한은행을 포함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점도 진 행장의 책임론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신한은행에서 펀드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사례가 실제로 확인되면 경영진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파생상품 손실사태 이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영진에 중징계를 결정했던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신한은행을 향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부실을 알면서도 투자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신한은행에 불안요소로 꼽힌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계열사인 신한은행도 해당 펀드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한 상태에서 투자상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로 신한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놓고 검찰 수사와 금감원 현장조사, 피해자의 법적 대응이 계속 이어지면서 진 행장의 입지도 불안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진 행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신한은행의 소비자 보호조직을 강화하고 직원 성과체계를 개편하는 대대적 변화를 추진한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진 행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재발을 방지하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손실규모가 예상보다 작거나 피해자들에 보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다소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검찰수사와 금감원의 조사결과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만큼 신한은행과 진 행장의 대응 방향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손실률이 결정되고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와 가이드 라인이 나온 이후 고객에 관련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현재는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