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4·15 총선이 2주가량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의석 수 확보를 위해 정당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모두 각기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있다.
정의당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세웠다.
정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2명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4명을 배출해 비례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으로 도입되는 이번 총선에서 비례의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그만큼 높았다.
그러나 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자 원내 제1당을 내주지 않기 위해 민주당도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었고 정의당에 참여를 요청했다.
정의당은 위성정당을 도입해 의석 수를 더 확보하려는 민주당과 통합당 두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정치적 꼼수'를 거부하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취지를 지키려고 했지만 오히려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정의당의 최근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가 23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은 3.7%로 집계돼 2018년 4월의 3.9%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에서도 좀처럼 반등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정의당의 진보 비례연합정당 참여 거부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정당투표는 정의당’이라는 공식이 깨져 분할투표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총선 결과를 보면 정의당은 거대 양당 견제심리에 힘입어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인 측면이 있었다. 지역구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쪽을 찍더라도 정당은 정의당을 선택하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의 23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3.7%로 집계됐지만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조사에서는 6%의 응답을 받은 점도 정의당을 향한 유권자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으로 꼽히는 더불어시민당과 친여권 성향의 열린민주당이 각각의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돕겠다며 범진보 진영 지지층의 표심에 호소함에 따라 기존 정의당으로 향했던 비례대표 표심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으로 분산되고 있다.
알앤써치가 25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 지지도에서 더불어시민당은 26.9%, 열린민주당은 12.6%로 나타났다.
이런 지형 변화 속에서도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범민주진영이 50% 이상 정당 득표를 하리라고 보는데 지금은 민주당 40, 정의당 10 정도가 된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을 '20 대 30' 정도로 전략투표를 해주시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민주당 총선 기상도는 화창한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은 애초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축인 정당으로 두 사람의 열성지지자에게만 기댄 정당으로 비하됐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명단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 친문재인 인사들을 상위 순번에 올리고 ‘문재인 정권 수호’ 등 선명성을 내세워 친 여권 성향 지지층을 빨아들이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비례대표정당 가운데 1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며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이은 비례대표정당 3위 자리를 다지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이런 당 지지도 상승을 바탕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소 12석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열린민주당은 언제나 부모(더불어민주당)를 부양할 마음가짐이 있는 효자”라며 “이번 총선에서 (비례의원 정당투표) 25%를 득표해 최소 12석을 예상하고 있지만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