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가의 폭락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의 영향인 박정호 사장도 할 말은 많다.
하지만 박 사장은 올해 초부터 줄곧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는데 씁쓸할 수밖에 없다. 당장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화난 주주들을 달래야 한다.
박 사장은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2020에서 “SK텔레콤 CEO가 될 때 나는 SK텔레콤 주식을 샀지만 구성원들에게 사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주식을 사도 된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회사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2020년 2월 실제로 SK텔레콤 주식 1500주를 매수하기도 했다. 박 사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SK텔레콤 주식이 1천 주였다는 것을 살피면 주식 보유량이 2.5배로 늘어났다.
박 사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SK텔레콤의 사업과 관련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계획을 세워놨다. 통신업계에서는 박정호 사장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안은 SK브로드밴드, ADT캡스 등 자회사 상장과 관련된 구체적 계획의 제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의 비통신사업을 대부분 SK브로드밴드, 콘텐츠웨이브, ADT캡스, 11번가 등 자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장된 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SK텔레콤 기업가치의 저평가 원인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올해 초 “2020년을 SK텔레콤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해로 만들겠다”며 “2020년에 최대 2개의 자회사를 상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의 지수 변동폭이 커지는 데다가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분기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그룹은 현재 올해 상반기 안으로 SK바이오팜을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증권가에서는 SK바이오팜의 상장이 하반기로 연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SK바이오팜의 상장이 연기되면 SK브로드밴드, ADT캡스 등의 자회사 상장 역시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은 상장 흥행을 위해 여러 계열사의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러 계열사의 상장을 동시에 추진하면 투자 수요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를 제외하고도 SK매직, SK실트론 등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가 많이 있다. 특히 SK바이오팜 상장의 다음 타자로 SK매직이 꼽히고 있는 만큼 SK텔레콤 자회사의 연내 상장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일시적 주가 하락이 끝난 뒤에 SK텔레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ICT'기업으로 전환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