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조선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50조 원 이상의 신용공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책은행은 전체 신용공여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6일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제출한 ‘조선업체 은행별 여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5대 조선사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은행으로부터 50조92억 원의 신용공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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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
국내 은행 16곳이 45조9743억 원, JP모건체이스 등 외국계 은행 18곳이 4조349억 원을 제공했다.
신용공여액은 대출 외에 공모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유가증권과 지급보증을 합친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5대 조선사에 19조7691억 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내줘 국내은행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수출입은행은 신용공여 가운데 선수금환급보증(RG)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선주가 선박을 주문할 때 미리 지급한 돈에 대해 금융기관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KDB산업은행은 5조8407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산업은행의 신용공여액은 대부분 대출이었다.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이 4조14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우리은행(3조9300억 원), 신한은행(3조9006억 원), 하나은행(2조8419억 원), KB국민은행(2조2255억 원) 등이 이었다.
5대 조선사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16조4010억 원으로 가장 많은 신용공여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15조2759억 원, 삼성중공업은 10조4432억 원의 여신을 받았다.
국내은행들이 5대 조선사에 내준 신용공여액 가운데 50% 이상을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두 은행의 신용공여액을 합치면 25조6098억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조선업 경기부진 때문에 재무건전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은행은 현행법에 따라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으면 정부의 추가출자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여신이 부실화하면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01%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국내은행 18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금감원의 은행 경영실태평가 1등급 기준인 10%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정우택 위원장은 “조선업계가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에 빠져 있다”며 “이 점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조선업 여신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