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발 악재에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가 심해지고 미국이 금리인상까지 단행할 경우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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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 화폐들. |
하지만 신흥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고 주요 통화당국이 지금보다 완화된 통화정책을 펼친다면 신흥국 금융시장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해 현지 기업의 달러화 부채 상환이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각국 기업이 안고 있는 달러화 부채는 2014년 9월말 현재 9조2천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36%를 신흥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현지 기업 입장에선 자국 통화로 평가한 채무 상환 부담이 증가한다”며 “이 때문에 기업은 실적 악화 및 신용도 저하로 앞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한달 동안 말레이시아와 브라질의 통화가치는 각각 9.4%, 5.8%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3.9%)와 러시아(4.1%), 태국(2.4%) 등 다른 신흥국들도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달러강세가 나타나게 되면 안정적인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어 신흥 국가들에서 자본이탈이 심해지게 된다.
최근 두달 동안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모두 358억 달러(한화 42조2869억 원)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절(382억 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이처럼 신흥국의 자본유출 규모가 커지고 통화가치 하락으로 달러화 채무부담이 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일 공개한 제15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하락,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중첩되면 금융기반이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초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자본이 유출되고 그 영향으로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신흥국 금융시장 관련 지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하고도 증시 부양에 실패할 경우 그 충격파는 고스란히 신흥국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흥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이 발표돼도 투자자들이 더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흥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어 중국 경기둔화가 앞으로 신흥국 자본이탈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져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 투자가 위축됐다”며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주요 국가들의 통화당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이어간다면 신흥국 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 유럽 등은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