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은 5일 정 사장을 재선임하며 “정영채 사장은 투자금융(IB) 및 글로벌 분야 전문가로 우수한 경영실적과 업계 1위의 투자금융(IB) 역량을 수성하였다”며 “해외사업에서도 다양한 해외거래를 수행하는 등 뛰어난 사업감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2019년 NH투자증권의 최대 실적을 새로 쓴 데 힘입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 기업공개(IPO)시장 기대주로 꼽혔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대표주관을 따내며 정 사장의 연임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1월31일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핵심 계열사를 대상으로 인적교체 의지를 보이면서 정 사장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는 시선이 늘었다.
정 사장이 이런 기조를 뚫고 연임을 확정지으면서 실적과 개인적 능력 뿐 아니라 농협중앙회 안에서 NH투자증권의 지배구조 특성도 주목받게 됐다.
NH투자증권은 농협의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NH농협금융지주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49.11%에 불과하다. 반면 농협의 다른 금융계열사들인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은 모두 농협금융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임원추천위원회를 독립적으로 꾸려왔으며 농협중앙회에서도 NH투자증권의 인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며 독립성을 인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이 NH투자증권을 기업공개(IPO)시장 1위로 이끄는 등 대외적으로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으로서도 교체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9년 NH투자증권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2019년 연결기준 순이익은 4763억 원으로 2018년보다 31.8% 늘었다.
NH투자증권은 2020년에도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어급 기업공개(IPO) 대표주관을 따내는 등 실적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증시 불안이 이어지고 기업공개가 연기되는 등 NH투자증권의 실적 증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외부적 악재도 만만찮다. 정 사장이 새 임기를 맞아 이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강조해왔던 고객중심 경영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사태 등으로 금융권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고객중심 경영을 앞세워 NH투자증권의 신뢰도를 높이고 자산관리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적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없애고 ‘과정가치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는 고객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과정가치 고도화의 일환으로 OKR(목표와 핵심 결과 지표, Objective and Key Results)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과정가치 평가는 고객과 소통하는 횟수, 고객 만족도 등 고객 만족지표를 영업직원 평가기준으로 한다.
정 사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에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결과만큼이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