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 고위임원이 1990년대 후반에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로부터 180억 원의 리베이트를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은 “프랑스와 영국, 미국 검찰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19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A330 기종 10대를 판매하면서 대한항공 고위임원에게 1500만 달러(약 180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며 “이 약속은 2010년부터 2013년에 걸쳐 실제로 이행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해외 조사결과를 확인해 보고 수사가 필요하다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한진칼과 정기 주주총회를 코 앞에 두고 불거진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이 어떤 파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은 당장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놓고 공세를 벌였다.
주주연합은 4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범죄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을 처벌해야 하며 새로 선임될 한진그룹 이사진에 관련된 인물들이 포함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을 겨냥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과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의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을 두고 오래 전 조양호 전 회장 시절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새로 선임될 한진그룹 이사진과 관련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채 의원이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한진칼 사내이사로 추천된 조원태 회장이나 하은용 부사장과 직접적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2004년에 대한항공에 입사했고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은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1990년대에는 대한항공 해외영업지점에서 근무해 이번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이번 리베이트 의혹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쇄신을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안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 기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번에 의혹이 제기된 리베이트 문제 등 과거의 적폐를 뿌리뽑기 위해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교육 후에는 임직원으로부터 윤리서약서를 받는 등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내부비리 신고제도와 내부회계 통제시스템을 구축해서 운영 실태를 모니터 하면서 재무분야와 사내업무 전반의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진그룹은 전통적으로 내부비리와 관련해 굉장히 엄격하게 조치하는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리베이트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향후 더욱 강화된 준법경영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오래된 사건인 만큼 법적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은 발생시점이 오래돼 공소시효 만료를 검토해 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수수금액으로 알려진 액수가 180억 원으로 크기 때문에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적용을 받아 공소시효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 판단을 떠나 이번 리베이트 의혹은 27일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제기됐기 때문에 향후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 사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은 총 33.45%로 파악된다. 반면 주주연합은 31.98%를 들고 있고 나머지 30% 가량을 일반주주들이 들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과 주주연합 사이 지분 격차가 1.47%로 미세한 만큼 일반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