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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와 문학동네, 신경숙 표절사태에 상반된 대응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9-01 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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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논란을 둘러싼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씨의 표절논란은 문학출판계 권력문제를 제기하며 창비와 문학동네 등 출판사들에 자정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두 출판사는 이번 사태를 놓고 사뭇 다른 해법을 내놓아 출판계가 들끓고 있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강태형 대표를 비롯한 계간 '문학동네' 원년 편집위원들의 퇴진을 포함하는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창비와 문학동네, 신경숙 표절사태에 상반된 대응  
▲ 소설가 신경숙씨.
강 대표와 이문재, 남진우, 황종연, 서영채, 류보선, 신수정씨 등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 6명이 10월 주주총회를 통해 모두 퇴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은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를 끝으로 편집과 제작에서 손을 뗄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는 이 출판사가 설립된 이듬해인 1994년부터 발행해 온 계간지다.

문학동네는 20년 동안 창비, 문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학 전문출판사로 성장했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선 신경숙씨를 비롯해 은희경, 김영하, 김연수, 박민규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곤 했다.

문학동네는 6월 신씨의 표절논란이 제기되면서 3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며 자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학동네는 창간 20주년이던 지난해 말부터 대표 등 인적 쇄신 움직임이 일었으나 유야무야 돼 오다 신씨 사태를 계기로 문학출판계에 대한 자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는 인적 교체 외에 별다른 쇄신과 개편안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학 출판사에서 대표와 계간지 편집위원을 대폭 물갈이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문학 계간지는 작가들이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채널이다. 계간지 편집위원은 문단에서 영향력 있는 평론가들이 주로 맡는다.

편집위원들의 눈높이를 통과한 작품이 계간지에 실릴 수 있고 작가들은 이를 통해 원고료 등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또 계간지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 작품집을 출간하기도 용이해진다.

신진 작가들이 일간지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하더라도 문학전문 출판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도 문학출판계의 이런 유통시스템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직원 수 170명 수준으로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시공사, 웅진지식하우스에 이어 단행본 출판사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이번 조처가 문학출판계에 미칠 파급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문학동네는 표절 파문이 커진 뒤 7월 창비와 함께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동네가 뒤늦게나마 기득권을 내려놓고 쇄신에 나선 데 대해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신씨의 표절사태로 가장 뭇매를 맞은 창비의 대응이 독자들의 실망과 분노를 키우는 것과 대비된다.

  창비와 문학동네, 신경숙 표절사태에 상반된 대응  
▲ 백낙청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
창비를 실질적으로 키우고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을 맡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8월27일 페이스북에 신씨 사태에 대한 창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올린 뒤 8월31일 페이스북에서도 신씨를 옹호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백 교수는 신씨의 표절의혹 제기에 대해 “진실은 저도 모른다”고 말문을 연 뒤 의도적 베껴쓰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상상력까지 동원해서 저자의 파렴치한 베껴쓰기를 단정하고 거기다 신경숙은 원래가 형편없는 작가였다는 자의적 평가마저 곁들여 한국문학에 어쨌든(항상 좋은 작품만 써낸 건 아니지만) 소중한 기여를 해온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에는 결코 합류할 수 없다”고 했다.

백 교수는 신씨의 표절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라는 거센 요구를 받아왔다. 백 교수는 출판사 창비의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백 교수가 침묵을 깨고 사실상 신씨를 두둔하고 나서자 이에 실망하거나 비판하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그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고 나는 너무 오래 이곳에 그대로 있었던 모양”이라며 “백 선생님, 당신이 요구한 비판자의 성찰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길영 충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한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글을 되풀이 볼수록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한 문학평론가는 “창비와 백 편집인의 행보는 수십 년 동안 창작과 비평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 정의를 위해 문학작품으로나 사상 담론으로 설파해온 주장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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