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안에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와 관련해 중징계 통지서를 받아든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이지만 함 부회장은 시간이 많아 대응방안을 놓고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에 함 부회장의 거취가 달려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는데 이날 정례회의에서 결정된 기관제재 및 과태료와 함께 전달된다.
손 회장은 당장 연임이 걸려있기 때문에 통지서를 받는 즉시 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함 부회장 역시 이번 징계가 그대로 확정되면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 도전이 어려워진다.
다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손 회장의 행보를 지켜보다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함 부회장이 빼들 수 있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결과를 인정하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법적 대응에 나서는 방안이다. 문제는 법적 대응에 나서는 순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만큼 스스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함 부회장이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낸다면 하나금융지주가 금감원과 또 다시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하나금융지주에게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현재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재판도 받고 있다.
결국
김정태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여러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함 부회장을 안고 갈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한 차례 더 연임해 ‘포스트
김정태’를 키우기 위한 시간을 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은 그동안 2020년 3월 임기를 끝으로 회장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보였지만 회장 승계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승계구도를 다시 짜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회장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김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더라도 1년 더 회장을 맡을 수 있다.
다음 회장 선임의 열쇠를 쥔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도 주목할 만하다.
20일 열리는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윤성복 사외이사를 포함해 기존 사외이사 8명이 모두 재선임된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윤 사외이사는 3월 임기가 끝나는 동시에 5년을 모두 채워 연임이 불가능했지만 이번에 내년까지 연임이 가능해졌다.
하나금융지주가 최근 내부규범을 바꿔 사외이사 임기한도를 5년에서 6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윤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이자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재선임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다음 회장 선임구도를 향한 김 회장의 의중이 더욱 명확하게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 규정 제2조에 따르면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하되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 의사가 없을 때 위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정태 회장이 연임 의사가 없다면 올해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 참여해 다음 회장을 둘러싼 논의에 참가하는 모양새가 가장 자연스럽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