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진칼 지분 변동을 살펴보면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10%를 들고 있었는데 최근 한진칼 지분 1%에 해당하는 5만주를 292억 원을 들여 추가로 사들였다.
여기에 25일부터 27일까지 골드만삭스 창구에서 한진칼 주식 108만2242주(지분율 1.83%)의 외국인 매수주문이 추가로 나왔는데 매수주체가 델타항공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6개월 간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10만 주 이상 대규모 한진칼 매수세가 나온 사례는 델타항공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12.83% 쥐게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이 한진칼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최근 지분을 37.08%까지 늘리는 데 대응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인 델타항공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양상인 셈이다.
델타항공이 지속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수하는 배경을 두고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 경영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겠지만 조원태 회장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2019년 6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투자 시점과 대한항공의 보잉 787 항공기 도입계약 체결시점이 겹치는 데 항공업계는 주목한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조인트벤처 상대인 델타항공에 새로운 비행기 도입을 통한 협력 강화를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9월 기준으로 델타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평균기령이 15년에 이른다”며 “델타항공은 태평양 횡단노선에서 경쟁 항공사를 제치기 위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이 필요했을 텐데 대한항공이 여기에 도움을 준 모양새”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보잉으로부터 보잉 787-10 항공기 20대와 보잉 787-9 항공기 10대를 11조 원을 들여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보잉 787-10 항공기 10대는 리스 방식으로 나머지는 구매하는 형태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하기로 한 보잉 787 기종은 장거리 수송을 할 수 있는 항공기로 태평양 노선에서 델타항공과 공동운항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종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현재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미주 280여 개 도시와 아시아 80여 개 도시를 연결하며 협력하고 있다.
주목되는 대목은 대한항공이 높은 부채비율을 안고 있음에도 보잉 787 기종의 도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868%에 이른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델타항공의 확실한 지지를 얻어 주주연합과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가 필요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조 회장이 향후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와 관련한 이익배분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델타항공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 측에 ‘백기사’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통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와 관련한 이익배분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수세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주주연합도 이 대목을 놓고 조 회장을 향해 공세를 펴기도 했다.
KCGI는 25일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늘리는 것 때문에 대한항공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인의 이사직 연임을 위해 외국항공사로부터 도움을 얻음으로써 조인트벤처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면 이는 한진그룹 경영진의 중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이번에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델타항공에 너무 의지하는 데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델타항공을 끌어들였지만 향후 한진그룹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델타항공으로부터 경영간섭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