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구 13억 명 시장인 인도를 두고 애플과 스마트폰사업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게 됐다.
중국 기업 견제도 쉽지 않는데 애플이 인도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삼성전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28일 시장 조사기관 TRA에 따르면 인도인이 선호하는 모바일 브랜드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애플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비교해 확고한 브랜드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얼핏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애플이 삼성전자와 달리 인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직영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입지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오히려 애플이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기관 IDC는 “애플은 2019년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500달러 이상)시장에서 47.4% 점유율을 보이며 삼성전자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추진하는 인도 직영매장이 자리잡으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대신 애플 제품을 찾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기업들과 경쟁으로 인도에서 입지가 약해지고 있는데 여기에 애플까지 본격적으로 참전하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시장 조사기관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9년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22%인 3230만 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출하량의 10%를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인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는 점유율 29%를 보인 중국 샤오미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위를 지켰지만 2018년과 비교해 출하량이 9%가량 감소했다.
반면 비보, 오포, 리얼미 등 다른 중국 브랜드들은 아직 삼성전자와 비교해 출하량이 적지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대비 2019년 출하량 성장률은 비보 72%, 오포 44%, 리얼미 473% 등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12일 ‘갤럭시언팩 2020’ 행사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삼성전자에 중요한 시장”이라며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올해부터 서서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0’ 등 프리미엄 제품에 더해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M31’, ‘갤럭시A51’, ‘갤럭시A71’ 등을 잇따라 인도시장에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지 스마트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스마트폰패널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인도는 모바일기업에게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꼽힌다.
▲ 삼성전자가 인도에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M31'. |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인도 스마트폰시장은 2018년과 비교해 7%가량 성장했다. 중국과 미국 등 기존의 주요시장이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한 것과 비교해 잠재력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그동안 인도시장에서 다른 유통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해 왔다.
외국기업이 직접 유통하는 제품의 부품 30%를 인도산으로 쓰게 강제하는 인도 법률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을 위탁생산(ODM)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정부가 제한을 완화하면서 애플이 현지에 진출할 길이 열리게 됐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7일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 참석해 “올해부터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2021년에는 첫 오프라인 스토어를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은 애플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 등 다른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