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의 자금회수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고객들의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자금회수에 나서는 상황을 막아내야 한다.
▲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직무대행.
하지만 아직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시점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 3곳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총수익스와프 계약에 따라 먼저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신증권이 어떻게 대응할 지 시선이 몰린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당장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인지,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만 보인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자금을 투자자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 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증권사는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청구할 권리를 지닌다.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자금회수를 하지 않는다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금을 돌려받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6005억 원), KB증권(1천억 원가량), 한국투자증권(1567억 원) 등 증권사 3곳의 총수익스와프 거래 계약 규모는 8천억 원을 넘어선다.
증권사 3곳이 먼저 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대신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돌려받을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의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173개 자펀드를 691억 원어치 판매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는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의 중심에 서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신증권이 12일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에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보다 먼저 총수익스와프 정산분배금 지급을 청구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자금회수로 대신증권 고객들에게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을 내용증명에 담은 것도 이때문이다.
대신증권은 고객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라임자산운용 펀드 정산분배금을 대상으로 가압류, 가처분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대신증권이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부실 등을 알고도 펀드를 판매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등을 상대로 자체조사를 벌이면서 신한금융투자가 고의로 사모펀드 손실을 투자자들에 숨겼거나 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 거래를 맺은 동시에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은)총수익스와프 거래를 맺은 증권사 가운데 대출자로서 지위뿐 아니라 운용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대신증권이 이를 근거로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신증권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공동대응단에 참여하고 있는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부실판매 의혹 등에 관해 결론을 내려 준 뒤에야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는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